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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KT 신임 이사진, 외풍 막을 수 있을까… CEO 후보 선정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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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사외이사 최종 후보 7명을 9일 확정했다. 이달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 7명이 선임되면, 김용현(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현 사외이사와 함께 KT의 새 이사회가 구성된다. 이사회는 앞으로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과 함께 △주주추천 △전문기관 제안 △공모 과정을 통해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를 7월쯤 확정하게 된다. 인선자문단이 차기 CEO를 평가하지만, CEO 선임은 사외이사들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이사진이 올해 들어 CEO 후보가 사퇴하며 내홍을 겪은 KT를 외풍으로부터 막아낼 지 주목된다.

이날 KT가 밝힌 신임 사외이사 후보 7명은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이다. 새 이사회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주주는 물론 정치권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만한 CEO를 뽑는 것이다. KT 이사회는 올해 들어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을 차례로 대표 후보로 내정했지만,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을 받았다. 외압을 견디지 못하고 두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조선비즈

윗줄 왼쪽부터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아랫줄 왼쪽부터)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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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외이사 후보 “무난” 평가… 정관변경 사항은 논란

사외이사 후보 7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무난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날 KT가 사외이사 최종후보를 발표하면서 밝힌 정관변경 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논란의 핵심은 ‘주주총회 의결 기준’과 ‘CEO 요건’ 사항이다.

KT는 정관변경을 통해 CEO 후보자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관변경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하는 한국ESG평가원의 손종원 대표는 “KT가 비상사태에서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주총 의결 기준을 바꾼 것으로 보이는데, 주총 의결 기준을 60%로 둔 것은 무리수”라며 “한국에서 60% 비율을 둔 기업은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칫 CEO를 뽑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주주총회를 활용해서 제대로 된 CEO를 선임하려면 현행의 50% 비율을 유지하는 대신 더 많은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제도를 정비하는 게 적합하다”고 했다.

KT가 기존 정관에 최고경영자(CEO) 요건으로 명시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KT는 이날 ICT 분야의 전문 지식 대신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요건으로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으로 제시했다. 대표이사 후보군을 산업 전반으로 넓히겠다는 이야기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KT의 업의 본질은 ICT라 적합하지 않은 정관변경”이라며 “ICT는 서비스업, 제조업과는 달라 KT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ICT업에서 성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스틴베스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사이자 국내 유일의 독립계 민간 의결권 자문사다. 반면 손종원 대표는 “CEO 후보자를 ICT 전문가에 한정짓지 않은 것은 옳은 선택”이라며 “중소·중견기업은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CEO는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인사관리를 하는 총괄적인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 “낙하산 인사 차단하려면 내부서 CEO 후보 육성해야”

전문가들은 신임 CEO가 주주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고, 주요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센터장은 “CEO의 평가와 성과보수, 선임을 좀 더 객관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주주와의 연대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CEO 선임 문제를 후계자 승계 정책으로 풀어나가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손종원 대표는 “전임 CEO가 퇴임하기 전에 일정기간을 두고 새로운 후계자 후보 2~3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해야 원천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걸러내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암묵적인 승인을 받은 인물이 CEO가 될 것”이라고 했다.

주주들의 주인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영재 대표는 “KT가 비상경영 체제까지 가동해야 할 상황까지 왔을 때는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가 문제제기를 안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영국이나 미국만 하더라도 지금의 KT 같은 상황이면 기관투자자부터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주들의 감시나 모니터링이 크게 강화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이라 덧붙였다.

KT 새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KT에 시급한 과제는 경영공백 최소화인 만큼, 앞으로 주주총회까지 이사회가 보다 투명하게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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