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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훔치기 쉬운 車 팔아" 뉴욕시도 현대차·기아 소송…"도둑 든 게 가게 탓이냐" 비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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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차량 절도 너무 쉽다" 손배소

美도시 연쇄 소송에 현지 언론인 비판도

"케이크 먹고 살 찌면 그게 빵집 탓인가"

미국 일부 도시가 차량 도난 사건을 이유로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뉴욕시도 소송에 나섰다고 주요 외신들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시는 맨해튼에 있는 미 연방법원에 낸 소송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도난당하기 쉬운 차량을 판매함으로써 미국법상 공공 방해와 의무 태만을 저질렀다"며 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보상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앞서 샌디에이고, 볼티모어, 클리블랜드, 밀워키, 시애틀 등이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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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차량 절도 후 달아나는 장면 [사진출처=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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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는 소장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2011∼2022년 차량 대부분에 도난 방지 장치 '이모빌라이저'(immobilizer)를 설치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면서 "이 때문에 절도와 범죄 행각, 난폭운전, 공공 해악에 수문이 열렸다"고 주장했다.

그간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는 도난 방지 장치 등이 없는 차량을 훔치는 방법을 알려주며 도둑질을 독려하는 '도둑질 챌린지' 영상이 퍼졌다.

뉴욕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 차량 도난 신고는 2배로 늘었다. 올해 1∼4월에는 977건이 신고돼 지난해 같은 기간(148건)보다 폭증했다.

BMW, 포드, 혼다, 벤츠, 닛산, 도요타 차량 도난 신고는 올해 들어 감소했다고 뉴욕시는 설명했다.

"케이크 먹고 살 찌면 빵집의 잘못이냐"…소송 두고 美서도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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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 앞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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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시가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현지 언론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 CBS 기자 출신인 버나드 골드버그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살이 찔 경우 달고 맛있는 케이크를 만든 회사를 비난할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운영하는 진보적인 도시들은 반(反)범죄자 정책으로 가혹하게 보일 수 있는, 자동차 도둑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보다 자동차 회사에 강하게 대하는 게 더 쉽다고 생각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약탈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선반에 물건을 진열한 이유로 약국 체인을 고소할 것이냐"고 반문한 뒤 "약탈 행위는 약탈자의 잘못이냐, 아니면 약탈하기 너무 쉽게 만든 약국 운영자의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케이크 등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현대차 등을 고소한 일부 도시의 논리대로면 간식이 맛이 없다면 미국에 비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쿠키와 케이크를 먹는 것을 거부할 수 없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이 너무 쉽기 때문에 물건을 훔쳤다면 내게 알려달라"고 말한 뒤 "집단 소송을 통해 수백만 달러의 합의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현대차,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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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주 리틀턴에 있는 현대자동차 대리점 밖에 진열된 차량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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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대차는 성명에서 2021년 11월 모든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표준화했으며 도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즉각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올해 2월 현대차와 기아는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미국 차량 830만대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차량 도난 피해자 집단 소송에서 2억달러(약 2600억원) 규모의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차량 소유주 약 900만명을 대상으로 하며 1억4500만 달러 상당의 도난 차량 손실 처리를 포함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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