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애플 참전, 판 커진 메타버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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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이어 애플·삼성도 가세...'메타버스 헤드셋' 경쟁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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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에 이어 애플, 삼성까지..메타버스 3파전
메타가 발을 들인 '메타버스 헤드셋' 시장에 애플과 삼성이 가세하며 올 하반기 혼전 양상이 펼쳐진다. 저마다 신제품을 선보이며 '스마트폰, 그 다음'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인다. 메타는 기존의 우월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헤드셋 '대중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반면 애플은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며 아이폰부터 이어져 온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삼성도 구글·퀄컴과 손잡고 2017년 이후 6년 만에 차기작을 선보일 전망이다.
메타는 지난 2일 차세대 MR(혼합현실) 헤드셋인 '퀘스트3'을 공개했다. 전작 대비 디스플레이가 선명해졌고, 안면부 두께가 40% 얇아진 것이 특징이다. 퀄컴의 차세대 칩셋이 탑재되며, 최소 3대의 카메라가 전면에 부착된다. 퀘스트3에 대한 상세 정보는 오는 9월 27일 '커넥트 컨퍼런스'에서 공개된다. 올가을 출시가 유력하다.
메타는 대중화에 무게를 뒀다. 메타버스 헤드셋 기기가 너무 비싸다는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퀘스트3의 출고가는 499달러(약 65만원)부터다. 전작(299달러)보다 200달러 비싸졌지만, 성능개선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메타는 지난 4일부터 퀘스트2 가격도 299달러(39만원)로 낮췄다. 물론 메타는 고급 모델인 '퀘스트 프로' 시리즈 (1499달러, 196만원)도 출시하고 있다.
메타 퀘스트3 헤드셋. /사진=메타 게이밍 쇼케이스 2023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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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와 달리 애플은 고급화에 집중한다. 이날 공개된 '비전 프로(Vision Pro)' 가격은 최소 3499달러(457만원)로 메타 신제품(499달러)의 7배 수준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브랜드 충성도와 경쟁력 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저가로 출시하면 마케팅 측면에서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높은 가격을 처음부터 책정해 메타버스 헤드셋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도 퀄컴, 구글과 삼각 동맹을 맺고 메타버스 헤드셋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출시다. 지난 3월 특허청에 '갤럭시 글래스'라는 상표도 출원했다. 올해 2월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언팩 행사에서 "퀄컴, 구글과 협력으로 차세대 XR(확장현실) 폼팩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삼성의 디바이스에 퀄컴의 칩셋, 구글의 OS(운영체제)가 탑재되는 형태가 예상된다. 앞서 삼성은 2017년 MR헤드셋 'HMD(Head Mounted Display) 오디세이'를 출시한 바 있지만, 흥행에 실패하며 지금까지 차기작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생태계가 MR헤드셋까지 흡수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앱(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면 애플워치와 에어팟 정도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여기에 출고가까지 조금만 낮추면 대중화 시기도 조금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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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헤드셋' 공개…꺼져가던 '메타버스' 불씨 타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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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콘텐츠 역량, 생성AI 탑재한 메타버스
애플의 헤드셋 출시에 앞서 메타의 차세대 헤드셋 퀘스트3를 공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진=마크 저커버그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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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챗GPT 등 생성형AI(인공지능)가 전 세계 디지털 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메타버스는 상대적으로 투자 대상이나 사업 모델 측면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메타버스 헤드셋 시장의 성장, 특히 애플의 신제품 출시로 메타버스 생태계의 '2차 붐업'이 기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생성형AI가 메타버스와 결합할 경우 상당한 반등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메타버스 시들해진 이유..."덜 여문 기술과 생태계"
전문가들은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 이유로 콘텐츠 미비와 이에 따른 생태계의 미완성을 지적했다. 메타버스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이를 수익 활동으로 이어가는 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대중과 시장의 관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우윤택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아직 제대로 된 메타버스를 경험하도록 할 기술의 완성도가 부족한 편"이라며 "메타버스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 관심을 끌기엔 괜찮지만, 이를 지속시키는 게 어려운 구조"라고 바라봤다.
김주호 카이스트 전산학 교수는 "메타버스가 많은 주목을 받은 데 비해 설득력 있는 사용자 시나리오나 상업화로 연결돼 큰 수익을 창출할 기회, 또는 연관 산업 생태계를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파급효과 등의 측면에선 한계가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기술 역시 시각적 부분은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사람들 간 상호작용이나 현실과 연동하는 측면에선 부족한 탓에 초반의 호기심을 수익이나 관심으로 끌고 가는 데는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 애플의 참전 "헤드셋보다 소프트웨어에 큰 기대"
/사진=애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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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애플의 MR(혼합현실) 헤드셋 출시는 메타버스 생태계 부흥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애플이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니라, 자신들의 하드웨어 라인업을 뒷받침할 앱스토어 등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동반해온 역사를 감안할 때 애플의 헤드셋 역시 상당히 파괴력 있는 소프트웨어 꾸러미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메타가 지난 2일 쇼케이스에서 퀘스트3 홍보보다 게임 콘텐츠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은 이 같은 '콘텐츠 경쟁'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주호 교수는 "사람들이 애플에 기대하는 것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의 새로운 카테고리 하드웨어를 만들 때마다 이를 둘러싼 소프트웨어와 앱스토어 생태계, 킬러 앱 등을 균형 있게 같이 내놓은 점"이라며 "애플의 기기 자체보다도 이와 연동할 수 있는 앱과 사용자 시나리오가 관건인데, 여태까지 애플의 전력을 보면 당연히 많은 고민 끝에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의 참전에 맞춰 단순히 헤드셋 기기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메타버스 시장 자체가 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애플의 헤드셋 가격이 최소 3499달러(약 457만원)에 달하는 점은 대중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우윤택 교수는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가 지금까지 1000만대가량 팔렸는데, 애플은 그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화가 되려면 보다 가격도 내려가고 더 높은 수준의 경량화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생성형AI와 만나 '더' 판 커지는 메타버스
KT 지니버스. /사진=K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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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와 같은 생성형AI가 메타버스와 만나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메타버스의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게 다양한 실감형 '킬러콘텐츠'인데, 생성형 AI가 이 같은 역할을 맡아 콘텐츠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보다 많은 이들을 메타버스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KT는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해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믿음'(Mi:dm)을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에 적용해 실감형 콘텐츠를 구현하기로 했다. 애플이 출시하는 헤드셋과 연계한 서비스도 모색 중이다. 하반기에는 AI NPC(사람이 아닌 캐릭터)도 도입해 일상 대화부터 전문적인 상담까지 제공하도록 한다.
우윤택 교수는 "메타버스는 경제적 가치를 생성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생성형AI는 이를 보완해 메타버스와 상생 효과를 크게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호 교수는 "생성형AI는 메타버스의 가상콘텐츠를 만드는 데 드는 컴퓨팅 자원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춰주고, 맞춤형 응대나 상호작용을 통해 생동감을 지니면서 사용자가 재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주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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