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들이 5일 카불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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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학생과 교사 80여명이 유독 물질에 집단 중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 학생 대부분이 여학생이어서, 완고한 이슬람 보수 세력의 여성 혐오 또는 증오 범죄가 아닌지 의심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5일 목격자들을 인용해 지난 2~3일 이틀 동안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사르이폴주의 초등학교 두 곳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간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고 전했다. 중독된 학생들은 대부분 여학생이지만 남학생도 18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정부의 재해관리부 대변인은 “첫번째 학교에서 교사 3명과 학생 60명, 두번째 학교에서 교사 4명과 학생 22명이 중독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에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이폴주의 경찰 대변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미리 교실에 들어가 독가스를 뿌려놓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떤 독가스를 뿌렸는지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경찰은 “사건 배후 등을 수사 중이지만, 아직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 집권 이전 아프간 시골 지역에선 초등학교에서 남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여성의 중고등 교육은 금지됐지만, 초등학교의 경우엔 여전히 남녀공학이 적지 않다.
여학생을 겨냥한 독가스 공격은 앞서 이란에서 여러 차례 일어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이란에선 지난 4월 말까지 여학교 100여 곳에서 300건의 독가스 의심 공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무려 1만3천여명에 이르는 여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 아프간에서 일어난 사건은 이를 흉내 낸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탈레반 정권은 집권 이후엔 여성들에 대한 교육을 약속했지만, 지난해 2월 결국 7~12학년(한국의 중고등학교에 해당) 여학생의 교실 입실을 불허했다. 당시 아지즈 아흐마드 라얀 탈레반 교육부 대변인은 “우리 지도자들이 결정하면 곧 고학년 여학생들도 학교에 올 수 있을 것”이라며 “탈레반 임시정부는 문화적·종교적 의무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후 국제적 비난이 끊이지 않자 탈레반은 여학생 교육 금지가 일시적인 조치라고 거듭 해명해왔다. 하지만 언제 여학생 교육을 다시 허용할지 구체적인 시간표는 내놓지 않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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