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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소양호 6배’ 우크라 댐 폭파... “러, 환경 재앙까지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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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시아 테러 행위”

러시아는 “우크라가 포격”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러시아 점령지를 수복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여름 대반격’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남부 헤르손에서 우리나라 최대 호수인 소양호(昭陽湖)의 약 6배 물을 담은 댐이 파괴되며 대규모 홍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댐이 완전히 무너질 경우, 최소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자포리자 원전마저 위험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 진격을 막으려) 댐을 일부러 파괴했다”며 “전쟁을 위해 환경 재앙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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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강을 가로지르는 카호우카댐이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다고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각)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에 위치한 다목적댐이 일부 파괴되면서 초당 수백t의 물이 하류로 쏟아지고 있다. 이 댐은 높이 30m, 길이 약 500m의 중형 댐이다. 그러나 이 댐으로 형성된 저수지의 길이가 240㎞, 최대 폭은 23㎞에 달해 저수량은 무려 182억㎥나 된다. 한국 소양강댐(약 29억㎥)의 6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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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의 무너져 인근지역이 침수피해를 입은 가운데 한 주민이 대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러시아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의 주요 댐과 수력 발전소를 폭파하여 환경 재앙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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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포스트는 “하류 10여 마을 2만여 명에 홍수 경보가 발령돼 대피 중”이라며 “일부 마을에는 수위가 높아지면서 침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댐의 파괴 정도는 아직 정확히 전해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은 “댐 상부가 포탄으로 파괴됐으나 댐 자체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노바 카호우카의 친러 행정부는 “댐이 무너졌으며, 하류의 수위가 2.5m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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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러시아 점령지인 헤르손에 위치한 드니프로강 카호우카 댐의 상부가 파괴되어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트위터


이 댐은 우크라이나 남동부와 크림 반도에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점령지 사이를 가르는 드니프로강 양안(兩岸)을 잇는 다리 역할도 해 전략적 가치가 크다.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다. 양측이 댐을 놓고 공방을 벌이면서 지난해 11월에도 갑문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댐이 완전히 파괴될 경우, 댐 상류 120㎞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이 위험하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노바 카호우카 댐의 수력 발전 중단으로 원전 냉각 장치에 대한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또 저수지의 물이 급격히 빠지면서 원전에 공급할 냉각수가 부족해질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기업 에르고아톰은 “아직 전력이나 냉각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자포리자 원전에 즉각적인 핵 안전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상대편을 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관영 타스통신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포격으로 댐 상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남부 사령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으려) 일부러 댐을 폭파했다”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의 테러 행위”라고,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러시아의 환경학살 행위(ecocide)”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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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의 카호우카 댐이 붕괴된 가운데 드니프로 강변에 있는 노바 카호우카 시내 문화센터 건물이 물에 잠겨있다./TASS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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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러시아는 이틀 연속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러시아군에 모두 격퇴(擊退)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동남부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또 다른 대규모 공격을 저지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 병력의 손실이 1500명이 넘으며, 탱크 28대 외에 장갑차 109대도 파괴됐다”며 “파괴된 탱크 28대 중에는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 8대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부터 약 60대의 레오파르트2 탱크를 지원받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군에 대한 공격 강도가 높아졌음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일부 지역에서 공세적 행동으로 전환했다”며 “동부 바흐무트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전날 밤 “군이 동부전선 바흐무트를 비롯, 여러 방향에서 성공적으로 공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동영상 연설을 통해 “바흐무트에서 우리 군이 고대했던 소식을 전해왔다”며 “모든 전사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양측의 군사 행동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전력을 평가하기 위해 ‘시험 타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전수한 교리”라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일부 미국 관리가 ‘대반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며 “기갑부대를 앞세운 전통적 진격 작전만이 아니라 러시아 본토 파괴 및 공작 활동 등이 더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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