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개인적 원한 탓”…이란 이어 조직적 테러 확산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겨냥한 공격으로 약 80명이 독극물에 집단 중독됐다. 지난 3~4일 북부 사리풀주 산차라크 지역의 인접한 두 개 초등학교에 있는 여학생들이 차례로 공격 대상이 됐다. 모함마드 라흐마니 주 교육국장은 AP통신에 “나스완에카보드 아브 학교에서 60명, 나스완에파이자바드 학교에서 17명의 여학생이 독극물에 중독됐다”면서 “중독된 학생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상태는 모두 양호하다”고 말했다.
탈레반 당국 관계자들은 이번 공격이 개인적 원한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초기 수사 결과, 용의자가 제3자에게 테러 수행을 위한 금전 대가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다만 독극물 공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독극물 종류는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2021년 8월 탈레반의 재집권 후 교육을 비롯해 여성들의 권리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재집권 당시 탈레반은 예전과 같은 가혹한 규칙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성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성의 초등교육만 허용되고 있다. 여성들은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할 수 없으며 공원, 놀이공원, 체육관, 공중목욕탕 같은 대중시설에도 출입할 수 없다. 남자 가족 없이는 여행도 할 수 없다.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교육이 허락된 초등학교 여학생을 상대로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독극물 테러는 앞서 이웃 나라인 이란에서도 잇따라 발생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독극물 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권활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독극물 테러는 이란 31개주 중 28개주에서 발생했다. 학생 수천명이 유독가스에 집단 중독돼 메스꺼움, 두통, 기침, 호흡곤란 등 증세를 호소했다.
이란 당국은 외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단체들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일각에서는 여학교 폐쇄를 목적으로 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나피세 모라디 알자흐라대 연구원은 “탈레반의 여학생 교육 금지를 본 광신적 집단들이 여학생을 집에 가둘 목적으로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의 독극물 공격은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이후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와 맞물려 일어났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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