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생산량 4046.3만배럴 제한
4일 WTI 선물가격 장초반 5% ↑
사우디 추가 감산여부 초미관심
러 ‘그림자함대’·中 경기부진 변수
지난 4월 깜짝 원유 감산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자발적 감산을 내년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감산 소식이 전해지자 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 선물 가격은 장 초반 5% 넘게 급등했다. 추가 감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비공식 원유 수출 지속 여부에 따라 유가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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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4일 OPEC+는 오스트리아 빈 OPEC 본부에서 정례 장관급 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주요 산유국의 자발적 감산기간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내년 하루 원유 생산량은 4046만3000배럴로 제한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7월부터 최소 한달 이상 원유 생산량을 자발적으로 하루 100만배럴 추가 감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지난 4월 하루 50만배럴을 감산한 바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성명을 통해 자발적 추가 감산이 7월 이후에도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석유 시장에 안정을 가져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3일 공매도 투자자들을 상대로 “원유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은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3월부터 하루 50만배럴 자발적 감산을 하고 있는 러시아도 내년 말까지 이 방침을 연장하기로 했다. 그외 나머지 23개국은 추가적인 조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내년 말까지 기존 감산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배정된 생산량 쿼터를 늘려 사우디의 추가 감산에도 생산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OPEC+ 회원국은 앞서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고 지난 4월에는 하루 166만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고 깜짝 발표하며 국제 원유 시장을 자극한 바 있다.
OPEC+의 감산 연장과 사우디의 추가 감산 소식 직후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 선물 가격은 장 초반 5% 이상 급등한 뒤 배럴 당 74달러 전후로 거래됐다.
다만 감산 연장에도 불구하고 원유 가격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리오프닝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보였던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원유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기 어렵다.
중국의 소매판매는 지난 4월 전월 대비 0.49% 늘어나는 데 그쳤고 산업생산은 -0.47%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규 주택 착공 역시 전년 대비 2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 역시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4월 13일 101.01 포인트로 저점을 형성한 뒤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며 지난 2일 104.02까지 회복됐다. 유럽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추세인데다 미국 연방 부채한도 상향 법안이 의회에서 승인되면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로 거래되는 국제 원유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과 달리 증가했고 러시아의 석유 밀수출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원유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적다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로 끝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448만9000배럴 늘어난 4억5965만7000배럴로 집계됐다. 시장 전문가들이 14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자발적으로 50만배럴을 감산하겠다고 약속한지 3개월이 거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의 선적은 하루 48만배럴 이상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지만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의 선적이 빠르게 빈자리를 메운데다 ‘그림자함대’가 운송하는 목적지 불명의 선적량이 증가한 결과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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