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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방귀를 어떻게 참아요” 환경 오염 주범 ‘소’는 죄가 없다?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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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소가 이상기후의 주범으로 몰렸다. 되새김질을 하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때문이다.

메탄가스는 특히 온실효과가 심각하다. 대기 중의 열기를 가두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이다.

소 한 마리가 트림이나 방귀로 하루에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최대 500ℓ. 소형차 한 대의 1일 배출량과 맞먹는다.

이렇게 소를 비롯한 전세계의 가축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온실가스 중 18%에 이른다. 모든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가스(13.5%)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소가 방귀나 트림을 참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잘못은 방귀 뀌는 소가 아니라,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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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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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가축의 수는 2014년 32억 마리에서 현재 280억마리까지 늘었다. 9년 새 9배 이상 육류 소비를 늘린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 등 낙농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서는 일명 ‘방귀세’나 육류세 등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뉴질랜드는 축산업에 이상기후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육류 소비와 축산업 규모를 줄이는 거다. 채식 인구가 늘어나고 대체육 시장이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축산업 규모를 줄이라는 정부 방침이 나오기도 했다. 프랑스 감사원은 “일주일에 500g 이상 육류를 섭취하지 말라는 권고를 지키는 한 소의 수를 줄이는 건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프랑스 농업부에 메탄가스 배출 감축 전략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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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건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메탄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소화가 잘되는 사료를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식재료가 해조류다.

호주 스타트업 루민8은 해조류를 원료로 해 메탄가스를 95%까지 줄일 수 있는 사료 첨가제를 개발했다. 이 첨가제로 루민8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등으로부터 2500만 호주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에서도 해조류를 활용한 소 사료가 개발됐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는 해조류의 한 종류인 구멍갈파래를 넣어 메탄가스를 28%까지 줄였다. 구멍갈파래의 경우 다른 해조류를 파괴하기도 해 제주 해양생태계를 지키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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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지에 서식하는 해마.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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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를 이용한 사료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해조류는 활용되지 않은 그 자체로도 탄소 저감 효과가 뛰어나다. 해조류는 육상의 나무보다 이산화탄소를 5~50배 이상 흡수한다.

또 목초만 먹던 소가 해조류를 먹어 탈이 날 가능성도 있다. 네덜란드 와게닝언 대학의 연구진은 해조류에 들어있는 메탄 형성을 방해하는 물질인 브로모포름을 고용량 섭취할 경우 소의 위벽에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장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 스타트업 메텍은 소 위 내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를 측정하는 캡슐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소가 캡슐을 먹으면 위 내부에서 메탄가스를 60% 이상 줄여주는 장비다. 캡슐의 수명은 1년 반 가량으로 소가 자동 배출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메텍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전세계 18개국에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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