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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서 천안문 시위 34주년 앞두고 희생자 시위…경찰, 8명 체포·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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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홍콩 경찰이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 전날인 지난 3일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시민을 연행하는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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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홍콩에서 천안문 민주화시위 34주년 기념일(6월 4일)을 하루 앞두고 이를 기리려던 사람들이 체포·연행됐다. 홍콩 경찰은 3일 밤 성명을 통해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해치거나 선동적 행위를 한 혐의로 4명을 체포했고, 공공의 평화를 해친 혐의로 다른 4명을 연행했다고 발표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천안문 시위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천안문 어머니회’의 회원인 라우 카이와 민주 활동가 콴춘풍이 홍콩 빅토리아 파크 주변에서 체포됐다.

라우카이는 촛불 그림과 ‘진실’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흰색과 붉은색 장미를 든 채 현장에서 “우리는 천안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오후 6시4분에 단식을 시작할 것”이라고 외쳤다. 라우카이는 이후 자신의 입에 붉은색 테이프를 붙였다. 콴춘풍도 라우카이와 함께 24시간 동안 단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외쳤다.

빅토리아 파크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1년간 매년 6월 4일 저녁이면 천안문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리던 곳이다. 하지만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빅토리아 파크 촛불 집회는 열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한 친중 단체가 3∼5일 현장에서 쇼핑 축제를 개최하겠다며 일찌감치 해당 장소를 선점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지난 수년간 6월 4일 저녁이면 천안문 시위를 기념하는 행위예술을 해온 예술가 산무 찬과 찬메이텅도 있다. 이들은 빅토리아 파크에서 조금 떨어진 한 백화점 밖에서 “홍콩인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내일이 6월 4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외쳤다.

이와 함께 추모를 상징하는 흰 꽃을 들고 있던 2명, 천안문 유혈진압 관련 슬로건이 새겨진 물건을 가지고 있던 치과의사, 종이로 만든 흰 꽃을 들고 있던 사람 등 4명도 경찰에 연행됐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목사 등 기독교인 360명이 서명한 ‘6월 4일 기념일 기도회’ 청원이 현지 기독교 매체 크리스천타임스에 전면 광고로 게재됐다.

이들은 “역사적 트라우마가 고도의 압박 아래 잊히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이를 지켜보고 추모할 것”이라며 “주님이시여. 우리가 가련한 자들과 투옥된 자들을 계속 지켜보고 탄압받는 자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며 6월 4일의 트라우마로부터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걸어가도록 가르침을 주시옵소서”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1989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하자 홍콩에서는 이듬해부터 매년 6월 4일 저녁이면 빅토리아 파크에서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최대 수십만명 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2019년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벌어진 후 홍콩 경찰은 2020년 코로나19를 이유로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추모 집회를 불허했다. 그럼에도 당시 2만명의 시민이 빅토리아 파크로 와서 촛불을 들어 올리자 경찰은 이후 해당 집회에 참석했던 26명의 야권 지도자를 불법 집회 가담 혐의로 체포·기소했다.

이후 경찰은 2021년과 지난해 6월 4일에는 빅토리아 파크를 아예 봉쇄하고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또한 주변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인근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제한했다.

앞서 SCMP는 홍콩 경찰이 3∼4일 대테러 부대 등 경찰관 5000명을 빅토리아 파크와 정부 청사 등 주요 장소에 배치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보안장관은 천안문 시위 34주년을 앞두고 ‘특별한 날’에 국가안보를 해치려는 자들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빅토리아 파크 쇼핑 축제 현장에서도 입장객에 대한 소지품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쇼핑 축제에서 자신의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연예인 나탈리스 찬은 SCMP에 이제 홍콩에서 더 이상 6월 4일 촛불집회가 열리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본토에서 촛불집회가 열리지 않는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 우리는 조국에 통합되고 경제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어린 시절부터 2018년까지 가족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한 홍콩시민은 SCMP에 “우리 가족은 빅토리아 파크 주변에 너무나 많은 경찰이 있어 놀랐다”면서 “4일을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과 당일 저녁 산책할 계획이다. 일부 자발적인 활동들이 펼쳐질 것이라 믿는다. 그들은 모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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