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선수 나화린, 연합뉴스 |
이 사례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갈까?
오는 3~7일, 양양에서 열리는 제58회 강원도민체전 여자 사이클 경기 여성 3종목 부문에 눈이 몰린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나화린(37)씨가 경륜과 스크래치에 출전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나 씨는 현재 강원도 철원에서 아스파라거스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간 꾸준히 여성이 되고 싶었다고 말해온 나 씨는 지난 해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에서 성전환 수술을 감행했다.
나 씨의 피지컬은 신장 180cm, 몸무게 72kg, 골격근량 32.7kg에 달한다. 남자선수로서 대회에 나섰을 때도 제47회 강원도민체전(2012년 개최) 사이클 개인전 4관왕에 오를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가졌다.
일반적인 여성 선수들의 신체 골격과는 궤를 달리한다. 여성선수들의 통상 골격근량은 20~22kg가량 된다. 보통의 남성이라고 생각하면 지극히 정상이지만, 해당 신체조건을 달고 여성 대회에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일 나 씨가 성전환 여성으로써 여성종목에 출전하게 되면 국내로써는 최초 사례가 된다.
대한체육회의 전국체전 출전 규정에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규제를 가하는 내용이 없다. 강원도체육회 역시 "내부회의를 통해 신중히 검토했지만 주민등록법상 여성이기에 아무 제약이 없다"며 나 씨의 출전을 막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해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21년, 뉴질랜드 역도 선수인 로렐 허버드가 국제역도연맹이 규정한 세계 랭킹에서 여자 87kg급 이상 7위에 올라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써는 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다만 메달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트랜스젠더 수영 선수인 리아 토마스가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여자 200m 자유형과 500m 자유형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200m에서는 1분43초47, 500m에서는 4분35초06의 기록이 나왔다. 이는 NCAA 여자 챔피언십 기준 각각 2,3위에 해당한다. 토마스는 남성 선수였던 시절에 400위 안팎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이에 대해 지난 2022년부터 금지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성전환 여성 선수들은 12세 이전에 성전환을 마친 선수들만 여자 종목에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세계트랜스젠더건강전문가협회는 성전환 호르몬 치료의 최소 연령을 14세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트랜스젠더 여성의 출전이 전면 금지된 셈이다.
현재 나 씨의 출전에 대해서는 응원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강원도체육회의 자유게시판에는 '트랜스젠더 출전 반대한다', '공정성이 무너지는 나라가 될까 무섭다'는 등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스포츠는 태생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남녀의 근력, 신장 등 신체조건에 따라 종목별 난이도와 핸디캡 등을 일부 조절한다. 법적으로 완벽한 여성이 되었다고는 하나 객관적인 근량과 피지컬은 보통의 성인 남성에 가깝다. 또한 나 씨는 남성선수로써도 우수한 기량을 선보였기에 여성 종목에서는 이미 타 선수들과 비교 불가한 어드밴티지를 달고 경쟁선상에 서는 셈이다. 형평성에 대한 문제 여지가 충분히 불거질 수 있다.
나 씨는 성적보다는 대중에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언론을 통해 "논란이 되고싶다,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 네티즌이 "여성호르몬을 아무리 맞아도 보통 여성과 피지컬 차이가 나는데, 해당 대회에 참가하는 다른 여성 참가자들 입장에선 아닐 것이다"라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나 씨는 "그렇기에 출전한다"며 "해외에는 안 좋은 사례가 많다. 성전환선수 본인에게는 불명예스럽고 타 여성 참가자들은 피해를 본다, 체급으로 구별하는 종목들이 있듯이 남, 녀, 성전환자 이렇게 구분해서 출전하는 것이 옳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 MHN엔터테인먼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