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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선수는 정작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광현(35SSG)의 야구 역사에, 이처럼 어둡고 무거운 날은 없었을지 모른다. 한 매체의 보도로 시작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간 음주 파동 이틀 뒤, 김광현은 그 장본인 중 하나가 자신임을 인정해야 했다.
김광현은 1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WBC 대회기간에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사과의 말씀을 전달 드리고자 미디어 여러분들, 팬분들 앞에 서게 됐다”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가대표 대회 기간에 생각 없이 행동했다는 점에 대해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분들, 미디어 및 야구 선후배 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3월 WBC 대표팀에 선발된 김광현은 대회 기간 당시 두 차례에 걸쳐 도쿄 시내 술집에 출입했다고 KBO에 경위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호주전과 일본전을 앞두고 술을 마신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광현은 오사카에서 도쿄 이동일이었던 3월 7일, 그리고 일본전이 끝난 뒤 휴식일을 앞둔 3월 10일 해당 술집을 찾아 음주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증빙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 또한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어느 정도 소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애당초 경기를 앞둔 날 술을 마셨다는 것은 믿지 않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특히 일본전을 앞두고 선발 통보를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어쨌든 대회 기간 중 술집에 드나든 것이 사실로 밝혀지며 여론의 지탄이 불가피해졌다. 대표선수의 품의 손상을 이유로 KBO 차원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김광현은 “팀의 베테랑으로서 생각이 많이 짧았고 스스로를 컨트롤 하지 못한 점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KBO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겠다”고 했다. SSG도 김광현의 요청을 받아들여 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하지만 1군 엔트리에서 잠시 빠진다고 해서 비판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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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따라 시선은 달라질 수 있다. 시점으로 봤을 때 음주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회 기간 중 밤늦게 숙소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자제하는 건, 프로 선수들에게 명문화로 강제할 수는 없어도 ‘그래야 하는 일’에 속한다. 실제 대다수 선수들은 숙소에 있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숙소에서 경기력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간단히 음주를 했다면 이처럼 비난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김광현의 태극마크 공든 탑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2023년 WBC까지, 무려 15년 동안 자부심을 가졌던 태극마크다. 숱한 국제무대에서 대표팀의 에이스로 헌신했다. 조국이 부르면 김광현은 갔고, 최선을 다해 던지며 호성적을 이끌었다. 그리고 2023년 WBC는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내심 생각했던 ‘마지막 태극마크’였다. 그런데 하필 그 마지막 무대에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제 만회할 기회조차 없다.
김광현의 공든 탑이 무너짐과 동시에, 김광현을 항상 믿고 있던 SSG의 팬들의 마음도 같이 무너졌다. 항상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켜왔던, 팬들을 위한 모든 것에 매번 진심이었던 에이스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는 팬들의 믿음은, 1일 김광현의 공식 사과와 함께 깨졌다. 김광현을 앞으로도 지지할 팬들이 있을 것이고, 지지를 철회할 팬들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김광현 못지않게 팬들에게도 큰 상처로 남았다. 김광현이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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