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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서울시 "대비하라" 문자에 시민 불안해도 국방장관 "저는 미리 예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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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구체적 이유도, 지침도 없었던 서울시의 경계경보 위급재난문자에 대해 자신은 미리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본인은 관련 정보를 알았기 때문에 괜찮았다는 평가가 안보를 책임지는 주무부처의 장관으로서 적절한 판단인지 의문이다.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이종섭 장관은 서울시가 5월 31일 오전 6시 42분에 발송한 위급재난문자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냐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질문에 "제 입장에서 보면 저는 미리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기 의원의 서울시의 위급재난문자가 내용와 형식, 시기가 대단히 애매한 표현으로 채워졌다며 문제를 지적하자 이 장관은 "군과 관련된 경보 부분은 백령도 관련한 사항"이라며 서울시의 대응은 군과 무관하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기 의원이 북한의 발사에 대한 군 대처는 평가하지만, 유관기관과 협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군의 역할 아니냐는 지적에 이 장관은 "피해가 우려되는 백령도 지역에 대해 경보부터 시작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본다"며 군 당국의 통제 범위를 백령도 경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시켰다.

이날 회의에 여당에서도 발사 대처에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국방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서울시 경계경보에 미숙한 점이 많이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은 실패한 미사일에서 이번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드러났으니까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파악해서 (다음부터는 문자도) 육하원칙에 따라 간결하게 보내면 국민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31일 서울시는 오전 6시 41분경 "(오전)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그러나 20분 정도 후인 오전 7시 3분경 행정안전부는 위급재난문자를 통해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며 서울시 문자와는 반대되는 내용을 공지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의 요청으로 재난문자를 보냈는데, 행안부에서 오발령이라고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방사에서 서울시에 경보 발령 요청을 한 것이 맞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실무선에서 확인을 해봐야 하지만 수방사에서 요청한 것 없다"며 서울시와 다른 입장을 내놨다.

행정안전부가 경계경보 전파 수위를 결정하면서 군에 자문을 받았냐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그 부분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관련 규정이 없다는 송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은 "경보 관련해서 군과 지자체, 중앙 정부 등이 같이 검토해 보완할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발사 당일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는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엇갈린 문자 공지에 대해 논의 하지 않았냐는 송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NSC 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NSC도 구체적으로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군과 정부가 함께 훈련할 때 (경보) 전파 훈련을 하지 않나"라며 "어제는 그 과정 속에서 문제가 있어 작동하지 않은 건데 오늘 NSC 회의 때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라"라고 주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자를 보낸 당일 브리핑을 통해 사과하면서도 과잉 대응이 원칙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 발사 이후부터 이날까지 어떠한 메시지도 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어떤 대응이 맞는 것이냐는 기동민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대통령 지침 등은 NSC에 다 반영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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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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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군 당국과 NSC의 명칭이 다른 것과 관련, 국민의 힘 이채익 의원이 북한의 발사를 탄도 미사일 시험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위성 발사와 미사일이 같은 원리라 발사체 자체는 동일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5월 31일 국방부는 북한의 발사에 대해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라고 명명했고 이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도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라고 말해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위성 명목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고 외교부는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정부 내에서 표현이 정리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한편, 오는 2~4일 싱가포르에서 실시되는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를 계기로 3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2019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한일 간 초계기 갈등 문제가 논의되냐는 배진교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자연스럽게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3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한국 정부가 초계기 대응 지침을 철회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이에 대해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냐는 배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장관은 "미래지향적이고 현명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을 내놓고 있어, 실제 지침의 변경이나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입장에 대해 확인하고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받지 않고 초계기 지침을 바꾸겠다는 뜻이냐는 김 의원의 지적에 이 장관은 "초계기(지침 철회를) 양보한다는 것은 아니다. 초계기 관련해서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며 "양보는 다른 분야를 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갈등은 지난 2018년 12월 20일 한국의 광개토대왕함이 일본의 해상자위대 소속 P-1 대잠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인 STIR-180을 작동해 조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국방부는 당시 레이더를 작동한 적이 없고 오히려 일본의 초계기가 저공비행으로 광개토대왕함을 위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양국 간 진실 공방이 벌어졌고 이후 2019년 2월 정부는 자위대기가 두 차례 경고에 응하지 않고 근거리에서 운항할 경우 레이더를 조사하도록 하는 지침을 해군에 하달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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