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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바이오 붙였다 리튬 붙였다, 주가 부양하려고?…한 달에 8곳은 간판 바꿔다는 상장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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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회사들이 매달 평균 8곳 넘게 사명(社名)을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를 연상시키는 ‘파마(phama)’, 이차전지 소재로 쓰이는 ‘리튬(lithium)’ 등을 사명에 붙이거나 대형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과 비슷한 이름으로 사명을 바꾸는 곳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업 가치와는 관계없이 유행하는 테마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여 주가를 올리려는 시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들어서는 6개월 만에 다시 이름을 바꾼 회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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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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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총 43개사가 사명을 변경했다. 1개월마다 평균 8.6개가 간판을 새로 단 셈이다. 이 중 2개사(유가증권시장 1개‧코넥스 1개)를 제외한 41개사는 코스닥시장 상장사였다. 지난해에도 97개사(1개월 8개)가 사명을 변경했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에선 지난 1월 31일 SK에코플랜트에 인수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기업 삼강엠앤티가 SK오션플랜트로 이름을 바꿨다. 코넥스 시장에서는 3월 31일 로보쓰리가 로보쓰리에이아이앤로보틱스로 사명을 바꿨다.

코스닥기업 중에선 이차전지나 바이오 등 주가 변동성이 큰 업종을 연상시키는 이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6일 사명을 바꾼 어반리튬(Urban Lithium)이 대표적 사례다. 어반리튬은 이날 사명을 리튬포어스(Lithium-for-earth)로 바꿨다. 회사는 사명 변경에 대해 “기업 미래가치 제고를 위한 상호변경”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회사는 2014년 10월 6일 기존 프롬써어티에서 에이티테크놀러지로 상호를 바꿨고 2018년 6월 26일에는 에이티테크놀로지에서 피엠지파마사이언스로, 2019년 1월 18일에는 피엠지파마사이언스에서 더블유아이로 상호를 바꾼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 4일에는 더블유아이에서 어반리튬으로 이름을 바꿨다. 어반리튬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회사명을 바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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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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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 중 삼성전자 다음으로 시가총액이 큰 LG에너지솔루션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사명을 바꾼 곳도 있다. 지난 26일 원방테크(WONBANG TECH)는 케이엔솔(K-ENSOL)로 이름을 바꿨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LG엔솔로 축약해 부른다. 원방테크는 사명 변경 사유에 대해 “대외적 이미지에 글로벌시장 진출을 부각,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비전을 투영”이라고 공시했다.

투자업계에서는 기업의 실질 가치는 변함이 없는데 투자자(주주)들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주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과거의 부적절한 행적을 감추기 위한 시도로 사명을 변경하는 상장사들이 종종 있다”라면서 “사명 변경 주기의 최소 기한을 정해 규제하는 등 투자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양근모 오르비스투자자문 대표는 “최대주주 변경이나 사업목적 추가로 인해 새로운 사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투자자들은 사명 변경이 단순히 주가 부양 목적은 아닌지, 회사의 실질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사명 변경인지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주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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