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사기혐의·청산인 추락사…중앙은행, 달러 부족해 금까지 내다 팔기로
지난달 예금 인출을 위해 볼리비아 파실 은행에 몰린 볼리비아 주민들 |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앙은행의 달러부족 사태와 은행업계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로 몸살을 앓는 남미 볼리비아에 심각한 경제 위기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임원들의 사기 혐의로 문제가 된 은행에서 법인 재산을 정리하던 청산인이 돌연 추락사하는 등 사회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29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일간지 엘데베르와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밤 산타크루즈 데라 시에라 인근 한 도시에서 파실 은행 청산인 카를로스 콜로드로가 건물 14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콜로드로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된 파실 은행에서 재산 관계를 정리하고 자산 매각 준비 업무를 하는 관리인이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0만명당 자살률이 세계 119번째(세계보건기구 통계, 2019년 기준) 정도인 볼리비아에서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유족 측 변호인인 호르헤 발다는 "시신 일부가 훼손돼 있고, 팔과 허리 등에 칼에 찔린 상처가 있다"며 살해 가능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엘파이스는 보도했다. 콜로드로가 은행 자산 매각과 관련한 모종의 '협박'을 받았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문 닫힌 볼리비아 파실 은행 앞에서 대기하는 이용객 |
파실 은행은 현재 볼리비아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곳이다.
한때 자산 규모 기준 볼리비아 3위권에 들었던 이 은행은 몇주 전부터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다 직불카드와 신용카드 운영을 갑자기 중단했다.
이에 놀란 은행 이용자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앞다퉈 지점으로 달려가는 '뱅크런' 현상도 빚어졌다. 지급 능력이 부족해진 은행 측은 1인당 최대 1천 볼리비아노(19만원 상당)만 제공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사태 해결을 위한 당국의 개입 속에 파실 은행 고위 임원은 금융사기 범죄 혐의로 줄줄이 체포됐고, 각종 동산·부동산 자산은 매각 수순에 들어간 상태였다고 엘파이스는 보도했다.
볼리비아 중앙은행(BCB)도 보유 외환 문제로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 남발과 통화정책 실패 속에 이달 초 외화 보유액은 40억 달러(5조3천억원) 정도에 그쳐, 150억 달러(19조9천억원)였던 2014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에는 달러를 사재기하기 위한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정부·여당은 중앙은행이 국제준비금으로 보유 중인 금을 직거래할 수 있도록 이른바 '금(거래)법'을 만들어 발의했다. 이 법은 이달 초 의회를 통과했고, 중앙은행은 금 판매대금으로 달러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중국과의 교역 때 달러 대신 위안화 사용 검토를 시사하는 등 고육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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