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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文에게 물어보자” 감찰무마 무죄 받으려 법정에 文 끌어들인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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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가불 선진국', '법고전 산책'과 관련된 북콘서트 '가불 선진국에서의 법고전 산책'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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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장관 측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유재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금품 수수’ 관련 감찰 활동을 중단 시킨 혐의(권리행사 방해)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가운데, 2심 법정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끌어들였다.

조 전 장관이 자신의 통제 하에 있던 특감반의 업무를 중단시킨 것이 과연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를, 해당 직제를 처음 만든 문 전 대통령에게 물어보자고 그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제안한 것이다. 특감반은 문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 재직 시절 처음 만들어졌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씨가 업체로부터 금품 등을 제공 받았다는 의혹을 조사하던 특감반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특감반은 독립적” vs. 조국 “특감반은 민정수석 지휘 통제 받아”

상황은 지난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부장판사) 법정에서 벌어졌다. 이날은 2심 첫 공판 준비기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조 전 장관 측은 특감반의 설치·운영에 근거가 된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정 취지를 확인하기 위해 문 전 대통령에게 ‘사실 조회’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직제상 특감반의 업무 수행 범위는 감찰 과정에서 발견된 공직자 등의 비리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관한다”고 돼 있다.

검찰은 특감반을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독립적인 감찰 조직으로 보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특감반의 감찰을 중단하고 수사기관의 수사를 의뢰하지 않아 감찰반원들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감찰반을 ‘독자적 직권’을 가진 존재로 판단하고 조 전 장관에서 유죄 판단을 내렸다.

이에 반해 조 전 장관은 특감반에겐 독자적 직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전 장관 측은 “해당 부분은 감찰반원의 권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청와대 특감반의 월권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기관의 수사에 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취지”라며 “감찰반의 모든 활동은 민정수석(조 전 장관)의 통제 아래 이뤄졌고,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감반이 수사 의뢰 등에 대해 독자적으로 판단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던 시절 민정수석비서관실은 감찰 기능을 가진 민정비서관실(대통령 친인척)과 반부패비서관실(공무원), 공직기강비서관실(청와대 직원), 법무비서관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민정실과 반부패실 산하에는 각각의 특감반이 있었는데, 수사 의뢰나 이관의 권한이 특감반에게 독자적으로 있었는지, 조직도상 위에 있는 민정비서관과 반부패비서관, 민정수석에게 있었던 것인지를 직제가 만들어진 노 전 대통령 시절 민정수석인 문 전 대통령에게 물어보자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명백히 반대한다”며 “사실 조회는 기관에 대해 하는 것으로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전직 대통령 개인에게 사실 조회를 하겠다는 것인데,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이고 증언 형식이라든가 필요성 자체가 매우 의문이기 때문에 기각해주기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국 vs. 文? 재판부가 받아들이면 또 다시 우려되는 정쟁

재판부가 조 전 장관의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정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문 전 대통령이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한 내용을 회신하면 정권 교체의 시발점이 된 조국 사태를 문 전 대통령이 또 다시 안고 가는 모양새가 나온다. 반대로 불리한 내용을 회신하면 문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갈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을 끌어들여 재판부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조 전 장관의 노림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조선일보

조국 전 법무장관이 법원에 출석한 지난 2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도로변에서 민주시민촛불연대 등 진보단체와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조 전 장관의 공판을 놓고 맞불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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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무죄를 증명할 증거를 내놓지 않는 이상 법원이 조 전 장관 측의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다는 증거를 내놓는 게 아니라 법의 제정 취지를 묻는다는 건 재판부의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아예 따르지 않겠다는 비상식적 주장이다. 조 전 장관이 재판에 정치를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보통 기관이나 단체에나 하지 개인에게는 사실조회 신청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이란 특수성을 이용해 재판부에게 곤란한 상황을 주려는 의도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업무방해와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장관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조 전 장관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자녀 입시비리(업무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자녀 장학금 부정 수수(뇌물수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등 세 갈래로 나뉜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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