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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도 그 중 하나였다. 막연하게 빠른 공에서 얼마나 빠른 공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과거 구속의 1인자였던 월터 존슨은 공을 던질 때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빅 트레인'으로 불렸다. 하지만 월터 존슨의 구속이 어느 정도인지는 추측만 난무했다(평균 88마일에서 91마일이 정설이다). 그때와 달리 이제는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속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100마일을 찍은 투수는 놀란 라이언이다. 라이언은 1974년 8월 20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100.9마일 공을 던졌다. 스피드건이 처음 등장한 시기였다. 기네스북에 오른 라이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선수'가 됐다.
당시 구속은 홈 플레이트 10피트 앞까지 날아온 시점에서 측정됐다. 야구에 물리학을 접목해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앨런 네이선 교수는 "투수가 100마일의 공을 던진다고 가정했을 때 55~58피트 거리를 지나칠 때면 구속이 9~10% 정도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마운드와 홈 플레이트의 거리는 60피트 6인치).
즉, 라이언의 공은 최근 장비들로 구속을 측정했다면 더 빨랐을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108마일은 와닿지 않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참고로 2010년 Pitch/FX 시스템은 홈 플레이트 약 50피트 떨어진 거리, 현재 스탯캐스트는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떨어진 시점에서 바로 구속을 매긴다. 투수들의 구속 상승 이면에는 이와 같은 기술의 발전도 있었다.
2008년 이후 처음 100마일을 찍은 투수는 자바 챔벌레인이다. 2007년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한 챔벌레인은 양키스가 각별히 아낀 유망주였다. 선발투수로 키우면 로저 클레멘스, 불펜투수로 키우면 마리아노 리베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챔벌레인은 클레멘스와 리베라 그 누구도 되지 못했지만, 2008년 4월 6일 100.2마일을 기록해 투구 추적이 시작한 이래 100마일을 던진 첫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챔벌레인은 100마일 투수로 각인되진 않았다. 그 시절 100마일을 대표한 투수는 디트로이트 불펜투수 조엘 주마야다. 2006년 혜성처럼 나타난 주마야는 투구 추적이 도입되기 전이었던 그 해 100마일 공을 234개나 던졌다. 이가운데 공 3개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에 해당하는 104마일이었다. 2006년 신인왕은 같은 팀 동기 저스틴 벌랜더가 수상했지만, 구속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선수는 주마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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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랜더가 아직 건재한 반면, 주마야의 커리어는 그의 구속만큼이나 빨리 단절됐다. 2007년부터 각종 부상에 시달리면서 2010년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모습을 감췄다. 훗날 주마야는 "모두가 나에게 빨리 던지는 방법에 대해 묻지만, 나는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조언을 건네고 싶다. 자기 몸부터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마야는 투구 추적 시대를 단 3시즌밖에 겪지 못했다. 심지어 그마저도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를 등판하지 못했다. 2008-10년 주마야는 도합 81경기에 나서 92.2이닝만을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에서는 그 누구도 주마야를 따라올 수 없었다.
2008-10년 최다 100마일 투구 수
537구 - 조엘 주마야
193구 - 헨리 로드리게스
161구 - 조나단 브록스턴
주마야를 뛰어 넘은 선수는 머지 않아 등장했다. 아롤디스 채프먼이었다. 2010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데뷔한 채프먼은 구속의 신기원을 열었다. 그 해 9월 2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니 그윈 주니어에게 던진 스트라이크가 105.8마일이 나왔다.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최고 구속이다. 무엇보다 채프먼은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00마일이 아니었다. 그가 던진 공들의 평균 구속이 100마일을 상회했다.
채프먼은 2010년 포심 162구의 평균 구속이 100.3마일이었다. 2014년에는 포심 평균 구속이 100.9마일로 더 오르더니(643구) 2016년에는 101.1마일까지 상승했다(792구). 단일 시즌 평균 구속 101마일은 지금까지 채프먼만이 누려본 영역이다.
단일 시즌 최고 평균 구속 (최소 500구)
101.1마일 - 아롤디스 채프먼 (2016)
100.9마일 - 아롤디스 채프먼 (2014)
100.8마일 - 요안 듀란 (2022)
구속과 관련해 채프먼이 높게 평가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롱런'이다. 그동안 투수에게 100마일은 악마의 유혹이었다. 100마일을 던지는 대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건강과 제구였다. 대다수의 100마일 투수들은 부상에 쓰러지거나 혹은 제구 불안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채프먼은 아직까지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메이저리그 14년차에 접어든 올해 채프먼의 포심 최고 구속은 103.8마일이다.
구속으로 채프먼을 넘어설 투수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도전장을 내미는 투수들은 즐비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조던 힉스는 2018년 5월 20일 105마일 싱커를 두 차례 던졌다. 같은 팀 라이언 헬슬리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카밀로 도발, 볼티모어 오리올스 펠릭스 바티스타, 클리블랜드 가디언즈 엠마뉴엘 클라세 등은 100마일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들이다. 갈수록 구속이 빨라지는 시대에서 100마일은 이전만큼 특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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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3년 '102마일' 투구 수
130 - 요안 듀란
91 - 조던 힉스
55 - 라이언 헬슬리
구속은 전부가 아니다. 제구가 동반되지 않은 100마일은 겉치레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구속이 주는 짜릿함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상, 투수들은 본능적으로 더 빠른 공을 노릴 것이다. 그리고 그 빠른 공에 우리는 계속 열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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