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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나토(NATO)' 코앞에 러 전술핵…"벨라루스로 이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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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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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자국의 전술 핵무기를 '혈맹' 벨라루스에 배치하는 작업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영토 밖에 배치되는 것은 1991년 옛소련 해체 이후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AFP·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경제 포럼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러시아 전술 핵무기의 벨라루스 영토 배치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이전 배치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고 내게 알려왔다"며 "우리는 저장 시설 등 필요한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내 배치될 무기가 '비전략적' 핵무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핵무기 이전과 관련된 세부 사안은 벨라루스로 복귀한 이후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벨라루스에 이미 핵무기가 들어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여줄 수 있다고 답하며 "우선 내가 직접 가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빅토르 크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회담을 갖고 전술 핵무기 배치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우리 영토의 특수 저장 시설에 러시아의 비전략 핵무기를 보관하는 절차를 결정하는 문서"라고 전했다.

크레닌 장관은 회담에서 "비전략 핵무기 배치는 우리에게 적대적인 국가들의 공격적 정책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라고 자평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서부 국경에 대한 위협이 극도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군사·핵 분야에서 대응책을 강구하기로 결정했다"며 벨라루스로의 핵무기 이전이 "기존의 모든 국제법적 의무를 준수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문 서명은 양국 정상의 구두 합의를 협정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오는 7월1일까지 벨라루스에 핵무기 보관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정부도 러시아의 전술핵 무기를 자국에 배치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서방의 압력에 대응하고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벨라루스의 핵 보유는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바로 앞까지 접근했음을 의미한다. 벨라루스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움직임에 미국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1년 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래 러시아가 행하는 가장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러시아가 전쟁에서 화학, 생물학 또는 핵무기 사용을 강행할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혈맹'으로 통한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군이 자국 영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진입하는 것을 용인해 사실상 침공의 길을 열어준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서방은 벨라루스를 러시아와 함께 제재 목록에 올렸다.

한편 이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전술 핵무기 배치 합의를 강력히 규탄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합의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래 현재까지 보여 온 무책임한 행동들 중 최신판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사용하면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경고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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