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금리 3.75% 만장일치…못 올릴 거라 생각하면 안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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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가 심해서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5년, 10년 빈곤 사회문제 해결하려면 여러 가지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거기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재정,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금통위원 구성에 변화가 있었는데 금통위원들의 향후 최종금리 수준 전망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시기상조인지.
최종 금리 수준은 금통위원 6명 모두 연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첫째는 소비자물가가 예상한 대로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에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계속할지와 외환시장 내 미친 영향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아직은 가능성을 열어둬야한다. 연내 인하에 대해서는 시장의 연내인하 기대가 과도한 것이 아닌가 말씀드린 적 있다. 금통위원도 같은 의견이다.
-미국처럼 연내 인하가 없다고 못 박지 않는 이유는.
미국처럼 못 박지 않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준금리를 300bp(1bp=0.01포인트) 이상 인상한 상태에서 상승한 금리가 어떻게 영향을 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미 연준이 금리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우리가 성급하게 결정하기 보다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미국 통화정책방향과 국제자본 시장, 환율의 움직임을 보겠다는 것이다. 중장기적 걱정은 국내 금융안정 상황이 지난해보단 개선됐지만 금리를 조급하게 내릴 경우 금융불안정을 다시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은 없는지 중장기적으로 검토한 다음에 인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물가 상승률이 확실하게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금리인하 생각은 시기상조다.
-지난번 금통위 회의 때와 비교하면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나.
CPI(소비자물가상승률)로 말하면 연말까지 상승률이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은 지난달보다 명확해졌다. 다만 3%에서 우리 목표인 2%로 내려갈지는 연말 뒤에 일어날 일인데 오히려 확신이 줄었다. 이유는 지금 일어나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이유가 지난해 이후 많이 올라간 유가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다. 기저효과가 지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같이 움직이는데, 지금 근원물가 상승률 보면 오히려 전망이 3.3%로 올랐다. 정책 목표로 수렴할지는 확신이 덜 드는 상황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 1.4%로 하향 조정한 큰 요인은.
가장 큰 이유는 IT, 반도체 경기가 생각보다 회복이 연기되는 것이다. 중국 경기가 회복돼 주변국가에 여러 가지 긍정적요인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회복 속도가 느리다. 성장 내용도 내수중심이라 주변국의 긍정적 효과 파급이 느리다. 다만 아직 '상저하고' 패턴이 유지될 것 같다. 하반기 들어서는 성장률 올라갈 것으로 본다.
-지난번에 단기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했는데 최근 한은이 통화안정증권 발행 늘리면서 단기금리가 어느 정도 올라왔다. 현 수준의 단기금리는 과도하지 않은지.
초단기금리에 저희가 개입해서 단기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통화 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저희들이 환매조건부채권(RP)을 통해서 초단기금리, CD나 콜금리가 움직이는 걸 보고 있는데, 저희의 구조가 RP의 매각, 매입 대상기관이 은행 중심으로만 돼 있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는데 자금이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가면서 RP 오퍼레이션에 참여할 수 없는 비은행기관이 많은 자금을 통안채로 운영하면서 단기금리에 괴리가 생겼다. 단기금리는 한은이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조정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일단 단기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으로 올려놨다. 앞으로는 통안채 통해서 조정도 하면서 RP 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통화 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RP대상기관을 확대하는 시장과 논의를 해서 구조개선을 하려고 논의 중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지난 1월에 3.5%로 올리면서 기대한 물가안정 속도 있을텐데, 현재 그 기준에 부합한지 예상보다 느리게 가는지 말해달라. 3.5%로 올렸을 때 어떻게 둔화할지에 대한 예상치가 있었을 텐데.
소비자물가상승률 변화는 저희가 생각했던 수준으로 내려가 예상에 부합했다. 근원물가 하락속도는 생각보다 더뎌 그런 것들을 고려했다. 경기는 금리만 영향받는것 아니고 경기 수출 반도체 경기 달려있어서 금리와 연결시켜서 이야기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대출이 꾸준히 감소하다가 지난달 8개월 만에 증가했는데,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세 진정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은.
가계대출을 GDP 대비 80% 낮춰야 한다는 건 중장기적인 정책이다. 우리 가계대출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있어서 한은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범정부적으로 가계대출을 어떻게 낮추고 구조개선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은이 모여 논의하고 있다. 지금 가계대출이 최근 5월에 약간 올라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 있고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나면서 일어난 일이다. 양면성이 있다. 지금 금리가 많이 올라간 상태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그런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에서 본다면 가계부채문제, 전체부채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운영할 수는 없다. 물론 이자가 단기적으로 과열되거나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이 계속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지. 연금이나 노동개혁 같은 구조개혁 추진하고 있는데 추진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가 심해서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5년, 10년 빈곤 사회문제 해결하려면 여러 가지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서 진척이 안 되고 있다. 또 논의를 할 때 혜택을 보는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가 되고 있어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게 안타깝다. 정부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다. 예를 들면 교육개혁하려는데 고3 때 자기가 평생 해야 할 전공을 정한다. 말이 안된다. 대학 가서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각 학과의 정원을 공급자가 정하고, 이해당사자가 합의를 못 봐서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도 프랑스는 시작이라도 했는데 우리는 모수 다 빼고 이야기하자고 하고, 그럼 하지 말자는 거다. 저출산, 노인 돌봄 등 생각하면 해외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논의도 필요한데 그런 것도 진척이 없다.
반도체 수출 안된다고 그러는데, 우리나라도 서비스업 생각하면 수출할 게 엄청 많다. 특히 우리 의료산업 얼마나 발전했나. 전 10년 전부터 의료산업의 국제화를 통해 서비스산업 발전시키자고 했는데 이미 태국과 싱가포르는 의료허브가 돼 있다. 구조적인 어려움을 해결 못하니 결국 재정 풀어서 금리 낮춰서 해결하라고 한다.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재정·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고, 우리 경제가 잘 되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거기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재정,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내수 중심이고 예상보다 더뎌 하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데 전망이 궁금하다. 수출 반도체 저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 최근에 근원 물가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금리 시장에서는 종결로 생각하고 있고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뭔가를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 대해 중앙은행의 하반기 방향성은.
중국이 내수중심으로 회복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불확실성은 큰 상황이다. 반도체도 똑같은 문제인데 반도체 경기는 연초만 해도 3분기가 저점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4분기를 저점으로 보고 있고, 몇 가지 좋은 사인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주식가격이 올라가고 해외 돈이 들어오는 것도 반도체 경기 저점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소비자 근원물가 교차는 작년에 물가가 가장 피크였던 게 7월이다. 연말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시키지 않고 겁만 주고 있다는데 저희는 데이터를 보고 물가를 보고 판단할 거다. 참고로 호주 은행도 포즈(pause·일시정지)하고 지켜보겠다 얘기해서 사람들이 다 안 올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난달에 올렸다. 우리나라도 절대로 안 올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말라.
-최근 미국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디폴트가 현실화됐을 때 예상하는 국내 파급효과는. 시나리오 별 대비책 있나?
지난 2011년에도 유사한 사태가 있었는데, 미국 정치권도 시장이 변동하면 압력을 받으니 빨리 해결됐다. 디폴트가 발생해 미국 금융시장 흔들리면 정치권이 가만있을 수 없으니 해결될 거라고 본다. 6월 1일이 'X-데이'라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올해 세수 부족 문제와 성장률 둔화 우려가 많아서 추경 편성 필요하다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세수와 재정 정책에 관한 문제는 기재부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세수부족이 일어나면 (정부가) 지출을 조정할 수 있고, 조정하지 않고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고, 다른 자원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세수부족만으로는 어렵고 얼마나 부족한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이것을 해결할지 보기 전에는 물가와 성장을 예단하긴 어렵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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