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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이창용 "재정·통화정책으로 성장? 나라 망가지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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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미 저성장 구조…사회적 타협 통한 구조개혁 필요"

연합뉴스

이창용 총재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5.25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저성장 문제를) 재정, 통화정책 등 단기정책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회적 타협을 통한 구조개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출산·고령화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낮은 성장률 때문에 청년실업, 비정규직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5∼10년 내 노후 빈곤이 더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연금·교육을 포함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총재는 "우리의 문제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서 진척이 되지 않고,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의 논의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행 총재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할 수 있는데, 결국 다 관련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결국 '돈 풀어서 해결해라, 금리 낮춰서 해결해라'라며 재정·통화정책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안정화하는 수단이고, 우리 경제가 어떻게 잘 되느냐는 사회적 타협을 통한 구조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이창용 총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5.25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한국경제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주력해야 할 중장기적 과제가 있다면. 정부의 연금·노동 개혁 등 구조개혁 추진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 우리는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이 큰 추세에서 벗어나기에는 이미 와 있는 현실이고,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낮은 성장률 때문에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이 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5∼10년 내 노후 빈곤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해결하려면 노동, 연금, 교육을 포함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우리의 문제는 개혁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서 진척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마다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의 논의를 해서 한 발짝도 못 나간다는 것이 안타깝다.

예를 들면, 교육 개혁도 고3 때 평생의 전공을 정하는 건 말도 안 된다. 대학 가서 여러 개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학과 정원 등을 공급자가 정한다. 연금 개혁도 중요하다. 여러 정부에서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민감하니 모수는 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저출산, 노인 문제를 생각하면 이민, 해외노동자 활용, 임금체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데 진척이 없다.

우리 수출도 반도체 수출이 안 된다고 하는데 서비스 수출도 있다. 우리 공항 편의점에서 노동자 한 사람이 일하는 것과, 해외에서 20분씩 결제하는 것을 보면 우리 경쟁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우리 의료산업도 얼마나 발전했나. 10년 전부터 의료산업 국제화를 통해 서비스업이 발전해왔는데, 우리가 한 걸음도 못 가는 사이에 태국과 싱가포르가 지역 의료허브가 됐다.

한은 총재가 통화 정책에 관심 없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는데, 다 관련이 있다. 이런 것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니 결국 재정, '돈 풀어서 해결하라', '금리 낮춰서 해결하라' 하면서 통화정책까지 부담이 온다. 절대 그래선 안 된다. 재정·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잘 되느냐는 구조개혁, 이해당사자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타협해 나갈지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거기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재정·통화정책 보고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다.

-- 금통위원 구성에 변화 있었는데 최종금리 수준 전망 변화 어땠나

▲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인상 가능성 열어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소비자 물가가 예상하는 대로 둔화하고 있으나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근원물가 속도를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두 번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아니면 계속할지, 그것이 국내 외환 시장에 영향 어떨지 지켜볼 필요 있어서 가능성 열어두자고 했다.

-- 연내 인하 기대를 논하기에는 여전히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나.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지 않는 이유는.

▲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시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반응하는 것이 조금 과도하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금통위원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연내 인하 가능성이 없다고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300bp(3.0%포인트) 이상 올린 상태에서 올라간 금리가 물가와 경제에 어떤 영향 주는지 지켜 볼 필요가 있다. 현 수준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 수준 달성하는 데 충분한지 지켜봐야 한다. 두 번째는 연준이 어떻게 금리를 결정할지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먼저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 영향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미국 금리에 기계적으로 따라가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 자체가 국제 금융시장, 환율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중장기적인 걱정인데, 국내 금융안정이 작년보다 개선됐으나 금리 조급하게 내릴 경우 금융 불안을 다시 촉발할 위험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물가가 확실하게 2%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까지 금리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결이라고 보고 있다.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뭘 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오는데.

▲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시켜놓고 앞으로 더 올리지 않을 텐데 겁만 준다고 시장에서 반응한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한은은 (인상) 선택지를 열어뒀는데. 다른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저희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참고로 호주에서도 동결하고 지켜보겠다고 해서 시장에서 안 올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난달에 올린 바 있다. 한국이 절대로 (인상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달라. 그때 상황을 보고, 특히 물가가 우리 생각대로 가는지, 해외 주요 은행의 결정이 우리 자본 흐름이나 환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우린 옵션 열어놨는데, 다른 말씀 못 드리겠고 저흰 물가, 데이터 보고 판단할 것이다. 적어도 금통위원들이 앞으로 몇개월 올릴 수 있는 선택지를 열어두고 상황을 보자고 한 건, 정말 심각하게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 지난번 회의와 비교하면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나.

▲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보면, 연말까지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에 대해선 지난달보다 더 명확해졌다. 다만 3%에서 한은이 목표로 하는 2%로 내릴 거냐, 이것은 연말 뒤에 일어날 일인데 그 부분은 확신이 줄었다. 이유는 지금 일어나는 물가상승률 둔화가 지난해 7월 이후 많이 오른 유가 상승에 대한 기저효과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CPI와 근원물가가 거의 같이 움직일 것이다. 근원물가는 서비스 섹터, 고용이 괜찮고 그동안 올라간 비용 상승 전이 위험 등이 있어 올해 전망치를 3.3%로 상향했다. 물가가 3%로 수렴한 이후 정책목표까지 수렴할지는 지난달보다 불확실성이 커져 확신이 덜 한 상황이다.

--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

▲ IT와 반도체 경기 회복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고, 중국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중국 경제 회복으로 인해 주변국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회복 속도 자체도 느리고 내수 중심 성장이 이뤄지고 있어 주변국으로의 긍정적 전파 효과도 지연됐다. IT 부문을 제외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8%로 전망한다.

-- 가계대출이 꾸준히 감소하다가 8개월 만에 증가했다. 부동산가격 하락세 진정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할 위험은 어느 정도로 보나.

▲ 가계대출이 1분기 많이 줄었다가 최근 늘어나는 모습이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특례보금자리론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리 오르면서 연착륙을 돕는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은 우려스럽다. 현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고, 금리가 높아서 단기적으로 부동산이 다시 과열되거나 불안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앞으로 금리 인하 국면에서 금융안정, 특히 중장기적으로 부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 최근 금융기관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도 있다.

▲ 연체율은, 지금 좀 오르는 모습이고,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이 유지된다면 시차가 있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 오를 것이다. 다만 시뮬레이션 결과 (연체율이) 올라간다고 해도, 과거 연체율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현재 금융기관들의 손실 흡수능력, 적립금·대손충당금·자본 비율 등을 볼 때 연체율로 인해 큰 위기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소수의 기관, 또한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을 타깃 해서 어떻게 지원할지 재정 당국과 대응하고 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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