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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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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나물 딱 20g씩 먹는 인간저울” 20년 靑셰프가 본 대통령 식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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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유도 선수 버금가는 대식가

노무현·문재인은 국밥·막회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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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현 전 청와대 총괄 셰프. /천씨 인스타그램


최근 퇴임한 5명의 전직 대통령 중 첫손 꼽을 대식가는 누구일까? 반대로 자기관리가 가장 철저했던 대통령은? 궁금하긴 하지만, 쉽게 답하긴 어려운 질문이다. 대통령 한 명의 식습관을 파악하기도 어려운데,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특성까지 모두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이가 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청와대에 들어가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20년간 총 5명의 대통령 식사를 책임졌던 천상현 전 청와대 총괄 셰프가 그 주인공이다.

천씨는 청와대 최초 중식 셰프이자 31세에 최연소 청와대 요리사로 임명됐으며 최장 기간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가 23일 방송된 ‘박원숙의 같이삽시다’에서 역대 대통령의 식사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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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과 천상현 전 청와대 총괄 셰프.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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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씨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도 선수에 버금가는 식사량을 가졌었다. 냉채, 소고기, 생선, 국과 밥을 모두 비웠다고 한다. 천씨는 “저희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했다. 그런 김 전 대통령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홍어회였다. 삭힌 홍어와 김치, 고기와 같이 먹는 삼합이 아닌 삭히지 않은 ‘활홍어’를 즐겼다. 천씨는 “그거에 맛들이면 흑산도 삭힌 홍어 못지않게 맛있다”며 “생선 살에서 인절미 맛이 난다. 진짜 별미”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막회와 국밥 종류의 음식을 좋아했다고 한다. 천씨는 “저희가 모시는 대로, 가리는 음식 없이 언제 어디서든 잘 드셨다”고 기억했다. 노 전 대통령은 서빙을 하는 이들에게도 “오늘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다시 끓여줘라” 등 칭찬을 해줬다고 한다. 문제는 똑같이 끓인다고 해서 그 맛이 다시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었다. 천씨는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이 맛있었다고 하는 음식을 다시 만들 때는 서로 ‘네가 끓이라’고 미뤘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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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한 천상현 전 청와대 총괄 셰프.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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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특별한 보양식이 있었다. 돌솥밥에 계란 노른자를 넣고, 간장만 넣어 비벼먹는 것이었다. 천씨는 “이 전 대통령은 입맛 없을 때마다 보양식으로 그렇게 잘 드셨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간 저울’로 불렸다고 한다. 천씨는 “박 전 대통령 까다로울 것 같죠? 안 그래요”라며 “소박하시고, 각종 나물 반찬을 20g씩만 드셨다”고 했다. 이어 “저희가 넘치게 내놔도 딱 20g씩만 식사하셨다. 놀라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식성이 비슷했다. 천씨는 “노 전 대통령과 결이 비슷해서 국밥과 막회를 좋아하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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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 한 천상현 전 청와대 총괄 셰프.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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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직인 윤석열 대통령은 어떨까. 식도락가로 유명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요리사들에게 조리법을 주문할 정도로 음식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방송에 나와 계란말이를 비롯해 간단한 안줏거리부터 찌개류까지 능숙한 요리 실력을 뽐냈었다.

지난 3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의 만찬장에 오른 붕장어, 콩나물국 등의 음식 역시 윤 대통령이 직접 제시한 레시피에 따른 것이었다. 통상 붕장어는 불에 구워 먹지만, 윤 대통령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소스에 찍어 먹는 게 좋다며 직접 먹는 법을 보여줬다. 콩나물국은 김치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어서 얼큰하게 끓였는데, 이 역시 윤 대통령의 레시피를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이날 만찬에 함께한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요리사들에게 직접 레시피를 알려주고 있다고 들었다”며 “역사상 주방장한테 레시피를 알려줄 수 있는 최초의 대통령일 것”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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