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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성소수자 혐오발언’ 인권위원 “사퇴할 내용 아냐···사회적 약자 싫어하는 말 안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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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에서 삭제···사퇴할 내용 아냐”

발언 논란에 직접적인 사과 안 해

“내가 위원장 되면” 보복 발언 의혹

경향신문

성소수차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인권정책대응모임 등 성소수자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인권위 결정문 초안에 성소수자 혐오 소지가 있는 문구를 넣어 논란이 된 이충상 상임위원의 발언 규탄과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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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성 발언을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초안에 넣었다가 논란이 된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24일 “초안에 써봤다가 바로 삭제했기 때문에 사퇴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발언이) 관련은 조금 있다” “‘사회적 약자가 싫어하는 언급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초안에서) 삭제했다”며 발언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권위원회 격에 맞지 않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사과도 해야 될 뿐만 아니고 직을 사임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위원은 “저는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 외국인 이주노동자, 학생 등등을 위해서 오랫동안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활동도 해왔고 사회적 소수자를 앞으로 열심히 배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은 지난 4월13일 상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의 건’ 7개 권고안 중 한 권고안에 반대하며 결정문 초안에 “게이는 기저귀를 차고 살면서도 스스로 좋아서 그렇게 사는 경우 인권 침해를 당하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인권위가 인식시켜줘야 하는가?’ 아니다”라고 써 논란이 됐다. 이 위원이 반대한 권고안은 ‘군이 해병대 훈련병에게 짧은 머리를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신병에게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는 “해병대 훈련병의 짧은 머리가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것을 언급하면 논거가 조금 보강이 되기는 한다”며 “관련이 조금은 있다. 성소수자가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성애가) 인권 침해가 아니다. 해병대 훈련병도 자기가 좋아서 지원해서 가기 때문에 (두발 규제가)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또 “무엇보다 제가 죄송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소수자들은 사회적 약자”라며 “사회적 약자가 싫어하는 언급은 하지 말아야 되는데 제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 위원은 또 공개 석상에서 인권위원회 조사관한테 모욕적 언사를 지속적으로 해서 인격권 침해의 진정이 제기됐다고 한다”며 “제가 볼 때 심각한 인식상의 결격 사유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본인에 대한 진정이 제기되자 보복성 징계를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와 관련된 진정 사건의 조사가 불공정했다며 담당 A조사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댓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이후 ‘이충상 위원이 A조사관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진정이 지난 2월 인권위에 제기됐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위원은 진정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인권위 조사관과 과장을 부른 뒤 “(진정과 관련된) A조사관을 징계시켜야 한다. 지금 말고 내가 위원장이 되면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이 위원이 ‘얼마 안 있으면 조사관과 과장의 승진이 있는 것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데 협박으로 들리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익명게시판에는 허위글이 많다. 저는 ‘지금 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면 다음 위원장이 취임할 것 아닌가. 지금 (A조사관 징계를) 하는 게 낫지, 차기 위원장이 되면 지금 위원장보다 (징계를) 무겁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또 “이충상 위원은 내부 게시판에 ‘대통령이 바뀌어서 머지 않아 저와 의견을 같이 하는 (인권)위원들이 다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적절한가”라고 질의했다. 이 위원은 “‘저와 이념을 크게 달리 하지 않는 위원들이 많아질 텐데’라고 했다”며 “민주적으로 해야한다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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