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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친부의 아동학대 무죄 선고한 판사 “양육권 다투던 엄마의 코치 의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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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법원로고.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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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남매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아버지와 70대 친할머니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남매의 친모가 “아빠의 학대 증거를 모으라”고 시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곽경평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A(56)씨와 A씨의 어머니 B(7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시 강북구와 인천시 중구 자택에서 아들 C(14)군과 딸 D(13)양을 때리는 등 12차례 학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 공소장에서 드러난 A씨의 아동학대 사실은 확실해 보였다. A씨는 공부하다가 잠이 든 아들의 종아리를 둔기로 10차례 때렸고, 밥그릇을 떨어뜨렸다며 딸에게 2시간 30분 동안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게 했다. 또 남매에게 팔을 앞으로 뻗게 한 뒤 책 3∼4권을 올린 상태로 30분간 버티는 벌을 주거나, 내복만 입힌 채 집 밖으로 내쫓아 다음 날 아침까지 못 들어오게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주먹으로 아들의 머리를 30차례 때려 기절시키고, 온종일 남매에게 밥을 주지 않기도 했다. 남매의 할머니인 B씨도 아들에게 둔기를 건네주며 때리게 하거나 손녀에게 욕설해 학대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남편과 양육권 문제로 다툼이 있던 남매의 친모가 “아빠의 학대 증거를 모으라”고 시킨 사실이 드러났고, 법원은 이를 토대로 검찰 증거만으로는 A씨와 B씨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곽 판사는 “친모는 자녀들에게 ‘반복적으로 신체 학대가 발생하면 엄마와 살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아빠의) 학대 증거를 수집하도록 코치했다”며 “누군가와 오랫동안 (학대 관련)진술을 준비했을 가능성과 함께 체계화된 기억을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곽 판사는 이어 “남매의 진술 내용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성인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며 “몇 년 전 발생한 사건 시각과 빈도 등을 비상식적으로 구체화해서 특정하고 있으며, 누군가와의 대화로 주입됐다고 보기에 무리가 없는 표현들도 발견된다”고 했다.

그는 또 “피해 남매는 학대 방법이나 종류는 공통으로 진술하지만 사건 발생 상황이나 피해 정도에 대한 진술은 상당히 불일치하고, 함께 학대 받은 정황에 대해서도 한 아이는 전혀 언급하지 않기도 했다”며 “피해 아동들의 진술이 너무 과장되고 학대의 유형과 빈도, 심각도 등에 대한 정보가 암시와 유도 및 코칭에 의해 왜곡, 또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고석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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