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정보관 “삭제 지시 부당하다고 느껴” 주장
유가족협의회 “보고서 삭제한 이들 엄벌해달라”
이날 공판에는 김모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정보관은 참사 사흘 전인 지난해 10월 26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인파 밀집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작성됐다. 참사 이후 김 정보관은 김 전 과장으로부터 ‘보고서를 삭제하고 작성한 사실이 없었다고 하자’는 내용의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참사 위험을 예고했던 보고서는 경비·교통과로 전파되지 못했다는 게 김 정보관의 주장이다.
김 정보관은 “(지난해 10월 31일 김 전 과장이) 자신의 사무실로 나를 불러 내가 작성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며 “내 보고서를 누가 봤는지, 서울경찰청에 보고했는지, 어디에 전파했는지, 기자에게 알린 적이 있는지를 추궁했다”고 밝혔다. 이때 김 정보관은 불편함을 느껴 자리를 피했는데,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보고서의 존재가 알려지자 자신이 유출한 것으로 몰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4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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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판에서는 지난해 11월 2일쯤 김 전 과장이 외근하고 있던 정보관들을 사무실로 불러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정보관은 “보고서를 지우라는 지시는 처음이라 이상했다”며 “부당한 지시라고 느껴졌다”고 진술했다.
이태원 일대를 담당하고 있던 김 정보관이 참사 당일 핼러윈 축제 현장에 나가보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 전 과장이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증언도 나왔다. 김 정보관은 “(김 전 과장이) ‘정보관이 축제에 나가면 뭘 할거냐’ ‘정보관은 집회에 집중해야 한다’ ‘핼러윈은 크리스마스 같은 거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 전 과장은 서울경찰청의 지시에 따라 규정에 적법하게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전 과장이 박 전 부장으로부터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활용 목적이 달성된 문서는 그 즉시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열린 공판에 앞서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유가족은 “공무원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보고서를 삭제한다는 건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법원에서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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