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네이버인 '바이두'에 5월 20일을 검색하면 나오는 '520' 홍보 페이지. 중국에서 5월 20일을 뜻하는 '520'은 '사랑해'와 발음이 비슷해 연인의 날로 자리 잡았다./바이두 캡처 |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들은 토요일인 5월 20일 공무원들이 ‘사랑을 위한 연장 근무[爲愛加班]’를 했다고 밝혔다. 휴일에 혼인신고를 받은 것이다. 베이징에서 이날 처리한 혼인신고 건수는 5146건에 달했고, 상하이에서는 도시 17곳의 혼인등기소가 풀가동돼 2097쌍의 부부을 탄생시켰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이날이 중국에서 비공식 ‘연인의 날’이기 때문이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520의 중국어 발음이 ‘워아이니(我爱你·사랑해)’와 비슷한 ‘우얼링’이란 이유로 이날을 ‘제2의 밸런타인데이’로 기념해왔다. 특히 올해는 3년간의 코로나 방역이 해제된 이후 처음 맞는 520이라 반응이 뜨겁다.
중국 당국은 이날을 적극적으로 띄워서 ‘결혼 대목’으로 만들고자 한다. 중국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공혼증(恐婚症)이 심해지며 결혼과 출산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의 2021년 초혼자 수는 1157만여 명으로 3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신생아 수가 1949년 건국 후 처음으로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의 2분기 경제 실적이 예상보다 나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도 축제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조 말론·맥·입생로랑 등 서구 명품 브랜드들도 과장스러운 하트 모양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고,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 소셜미디어는 화장품·의류·보석 광고로 도배됐다. 베이징의 고급 식당에선 ‘520 로맨틱 디너’ 상품 판매가 한창이다. 베이징의 IT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리모(39)씨는 “여자 친구도 없는데 요즘 어딜 가나 ‘520′ 광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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