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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韓 건설·기계·원전, 1200조원 우크라 재건사업 파트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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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1일(현지 시각)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州) 파블로그라드의 한 마을이 폐허로 변해 있다. 이날 포격으로 이 지역에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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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난 뒤 진행할 대규모 재건(再建)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신규 원전 2기 건설과 수소 산업 인프라·철도망 구축 등 재건 사업 규모는 총 9000억 달러(약 12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건설, 기계, 원전·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 중인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수석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지난 15일(한-우크라이나 산업통상 간담회)과 17일(한-우크라이나 비즈니스 포럼)에 잇따라 한국 기업과 회동했다. SK, 한화, 두산, HD현대, LS, 현대차그룹, 현대그룹 등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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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토네이도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한 미국 테네시주 샘버그 지역 피해 복구작업에 투입된 HD현대건설기계 21톤 굴착기 모습. /HD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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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0兆 재건 사업에 韓 재계 관심

우크라이나 정부의 적극적인 구애와 120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은 큰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다. 재건 사업에 가장 관심을 두는 기업은 두산그룹과 HD현대다. 두 회사는 재건 사업에 꼭 필요한 에너지, 조선, 플랜트, 로봇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주택·공장·도로·공항·철도 등 주요 인프라가 파괴됐다. 재건 사업이 진행되면 당장 건설 및 중장비 사업의 수혜가 전망된다. 건설 중장비는 불도저, 굴착기(포크레인), 로더(굴삭된 파쇄물을 운반차에 싣는데 사용되는 기계), 크레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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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오른쪽 세 번째)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율리아 스비리덴코(Yulia Svyrydenko·오른쪽 네 번째) 우크라이나 수석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미래협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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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은 소형 로더, 미니 굴착기 등 소형 건설장비와 어태치먼트(부착물)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굴착기의 앞부분에 연결하는 기구를 어태치먼트라고 하는데, 어태치먼트 종류에는 삽 역할을 하는 버켓, 단단한 암석을 깨는 브레이커 등이 있다. 국내 굴착기 어태치먼트 기업으로는 수산중공업, 현대에버다임, 대모 등이 있다.

두산산업차량은 엔진식 지게차와 전동식 지게차를 생산하고 있다. 굴착기와 로더 등을 생산하는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도 수혜가 예상된다.

건설사와 원전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공식화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4월 21일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목적으로 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협력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2029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SMR-160 파일럿 프로젝트 전력망을 연결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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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빈 국제센터(VIC) 내 국제원자력기구(IAEA) 로비에 전시된 한국형 SMR(소형 모듈 원전) '스마트'의 모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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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GS에너지는 뉴스케일파워와 SMR 사업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HD현대와 SK㈜·SK이노베이션은 미국 테라파워에 각각 3000만 달러(약 390억원), 2억5000만 달러(약 3270억원)를 투자했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는 국가 재건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인프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세계 최초 상업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SK그룹은 미국 수소설비 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했으며, 합작법인을 설립해 수소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 전동차 공급했던 현대코퍼레이션과 현대로템도 철도망 재건 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에 곡물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전쟁 직전까지 250여만톤의 곡물을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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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2010년 우크라이나 철도청으로부터 수주한 준고속 전동차 /현대로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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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금 조달이 관건... 국제사회 원조 이어질 듯

문제는 돈이다. 사업 초기 양해각서(MOU) 체결 등이 잇따르지만, 자금 부족으로 재건사업이 흐지부지 되거나 국내 기업이 돈을 못 받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 부담을 위해 논의하고 있는 만큼 자금은 다자개발은행(MDB) 등 국제 사회의 원조를 통해 조달될 가능성이 높다. 재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재건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정부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을 공식화했다. 지난 1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스비리덴코 장관을 만나 ‘대한민국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차관에 관한 협정(공여협정)’에 가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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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과 양자면담에 앞서 한-우크라이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공여협정에 가서명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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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CF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산업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양 정부는 조만간 정식 서명을 거쳐 공여협정을 발효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EDCF 지원 금액이 구체화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 주도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G7(주요 7개국), EU, 유럽 국가와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한국,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강력한 파트너들과 그 외 다른 국가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주택, 도로, 철도, 발전소 등 사회 주요 인프라가 파괴된 상태”라며 “한국은 과거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빠른 재건을 통해 경제 부흥을 이끈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최고의 재건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각 기업은 정부 기관과 함께 우크라이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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