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아은, 인물분석서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펴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단죄 이뤄져야"
생전의 전두환. 2020년. |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전두환은 가까이 지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소탈하고 친화력이 좋아요. 눈물도 흘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과오와 대면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결여돼 있었죠."
작가 정아은은 광주 학살에 대한 책임을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전두환이라는 인물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 "특별한 가벼움"이라고 봤다.
그는 최근 저서 '전두환이라는 마지막 33년'에서 '특별한 가벼움'이라는 본질 덕에 전두환이 "핵심을 파고들어 진상과 대면하며 괴로워하는 대신, 현상의 표면에 머물다가 내상을 입기 전에 철수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다섯 편의 장편소설과 세 편의 인문 에세이를 펴낸 저자가 전두환의 영광과 모순, 몰락, 그리고 그런 인물을 탄생시킨 악의 기원을 대한민국 현대사의 지평 위에서 파헤친 노작(努作)이다.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저자는 "전두환이 사이코패스라는 의심도 했지만 그건 아니더라"면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매우 공감을 잘했고, 대단히 가족을 아낀 데다 눈물도 흘릴 줄 아는 감정이 있는 인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저자 정아은 작가 |
"건강한 정신세계를 가진 이라면 자신과 대면해 성찰하고 '내 잘못이었다'하고 인정하는 능력이 있기 마련인데, 그에겐 이런 게 전혀 없었죠. 항상 자기 잘못으로 인해 상황이 발생하면 아이처럼 반응해 폭동으로 몰거나 북한 소행이라고 얘기하는 식이었어요."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방대한 문헌조사를 거쳐 전두환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까지 수소문해 인터뷰한 끝에 탄생한 전두환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분석서다.
엄밀한 고증과 비평적 관점에서 집필된 전두환 평전을 우리 출판계에서 쉽게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 책은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그에 대한 단죄가 왜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되묻는다.
소설가인 저자가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분석한 책을 쓴 것은 처음에는 소설을 구상하면서였다.
어려서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전두환과 노태우, 노무현과 문재인이라는 인물에서 착안한 역사소설을 구상하다가 전두환에 대한 제대로 된 학술서나 연구서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평전을 쓰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전두환이라는 인물이 나온 데에는) 그 시대 분위기도 작용했죠. 안 되는 걸 어떻게 해서든 우격다짐으로 했던 시대였잖아요. 자기 잘못을 성찰하고 숙고하는 사람보다는 어떻게든 사람을 굉장히 바람직한 인간형으로 본 거죠."
저자는 이런 유형의 인물들은 우리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법과 시스템에 따라 행동하기보다는 추구하는 방향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도 초월해서 바로바로 행동하는 인물들이 정치인 중에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두환 (1979년 11월 6일) |
그는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이고 한국 남성들에게 요구되는 가치이기도 했다"면서도 "이런 것이 자기성찰 능력이 극도로 결여된 사람들에게 발현되면 (전두환의 경우에서처럼)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가는 전두환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국가의 존재 의미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일이라면서 이제라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5·18과 신군부 세력이 한 일들에 대해 새로운 증거와 사람들의 고백이 나오고 있어요. 손자 전우원 씨의 행보도 그렇고요. (단죄와 관련한) 국민 정서가 뜨거워지고 있지요. 지금이 뭔가 변할 수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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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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