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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반한감정 주도하는 환구시보 제대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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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주중한국대사관 항의에 대한 환구시보 사설
[환구시보 인터넷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한국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중국 관영매체의 비판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시작으로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동안 일부 관영매체들은 언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한국 정부를 공격했다.

그 중심에는 환구시보가 있다.

이 신문이 보도한 내용의 일부만 살펴보면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라거나 '북·중·러의 보복이 한국에 악몽이 될 것'이라고 했고 '한국 외교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비난의 수위가 너무 저급해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지 못한 칼럼과 기사가 있을 정도다.

이에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례적으로 환구시보 측에 "저급한 표현으로 우리 정상을 근거 없이 비난하고, 우리 외교 정책을 치우친 시각으로 폄훼했다"며 항의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하지만 환구시보는 항의 서한에 "난폭한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박 사설을 실었다.

환구시보의 논조를 보면서도 한중관계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이 매체가 가진 독특한 특성 때문이었다.

환구시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이지만, 당 선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모기업과 달리 상업적 성격이 강한 매체다.

중국 내에서도 강성파를 독자로 하는 국수주의 성향으로 거칠고 공격적인 논조로 유명하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때인 2017년에는 한국을 향해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같은 막말을 쏟아내며 반한감정 조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무게감이 있는 인민일보나 중국중앙TV(CCTV) 같은 매체를 통해 할 수 없는 거친 말로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압박할 때 환구시보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중국발 황사 표현 비난, 김치와 한복 문제 등에서 환구시보는 늘 '돌격대장' 역할을 했고 이러한 논조는 한국 언론을 통해 전달됐다.

하지만 환구시보가 항상 당국의 기류를 정확하게 반영한 것은 아니다.

2020년에는 '밴 플리트상' 수상식에서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하며 한미가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는 방탄소년단(BTS)의 발언에 중국을 무시했다고 시비를 걸었으나,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해야 한다"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에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기자는 이번에도 중국 당국이 환구시보의 주장에 제동을 걸어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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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환구시보 등 관영매체의 한국 비방 보도들에 대해 "관련 매체의 관점이 중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중국 국내의 민의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반한 감정을 자극하는 보도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인의 정서를 대변한다며 힘을 실어준 것이다.

사안의 차이가 있겠지만, 3년 사이 달라진 한중 관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발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한국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국무원 고문 스인훙 인민대 교수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가 오버랩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반한 감정을 자사의 영향력과 수익 창출로 연결시키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쏟아내는 환구시보에 있지만, 환구시보가 마치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보도한 기자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반성을 해본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특정 현안에 대한 당국의 입장을 취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구시보의 목소리를 인용하는 보도 방식을 선택했다고 고백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환구시보 제대로 보기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강성파의 주장을 인지할 필요는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중국 전체의 의견은 아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외신기자는 최근 기자와 대화 중 주중 한국대사관과 환구시보의 공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환구시보의 존재감이 한국 언론의 잦은 인용과 한국 기관·기업의 높은 관심에서 나왔다는 것을 한국만 모르는 것 같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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