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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소액 개인투자자)’ 김경인(35) 씨는 최근 수년간 고집해왔던 투자 방식을 바꿨다. 많은 정보로 철저히 분석해 ‘좋은 주식’을 사는 대신 ‘싼 주식’을 사기로 한 것이다. 급락한 주식을 사들였다 반등 시 매도하며 수십 퍼센트에 이르는 차익을 거두는 주변 서학개미들을 보며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애쓰던 자신이 손해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김 씨는 이내 이 같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했다. 고수익을 노리며 약 500만원 상당의 투자금으로 매수한 주식이 ‘상장폐지(상폐)’되며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김 씨가 ‘대박’을 노리며 매수했던 종목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었다.
은행발(發)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 등으로 미국 등 해외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된 가운데, 일명 ‘하한가 따라잡기(하따)’ 투자를 위해 뭉칫돈을 넣었던 서학개미들의 손실이 불어나는 모양새다. ‘밈(Meme) 주식(유행성 테마 주식)’에 투자했다 큰 손해를 입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고위험(High Risk)에 베팅 중인 서학개미들의 ‘곡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확한 분석에 따른 신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가 급락을 기회로 판단하고 투자했다가 상폐 폭탄을 맞고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날려버린 대표적인 사례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파산 위기에 빠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한 JP모건 체이스가 예금을 보호 대상에 넣으면서도 주식에 대해선 상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SVB) 최종 파산에 따른 ‘은행 리스크’가 불거진 지난 3월 10일부터 상폐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28일까지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 규모는 9262만4644달러(약 1228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순매수한 해외 주식 중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단일 종목 가운데선 글로벌 1위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 상폐로 증발해버린 것이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들은 미국 은행발 금융 위기 우려의 시발점인 SVB 주식에 대한 순매수액도 무려 1338만2791달러(약 177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들어간 서학개미들의 투자금 역시 상폐로 ‘제로(0)’가 됐다.
상폐로 서학개미들이 투자한 천문학적인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의 가정용품 판매 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Y)도 있다. 대표적인 ‘밈주식’으로 지난해 말부터 자금난으로 인한 파산 가능성이 언급된 BBBY는 ‘공매도’의 표적이 되며 주가가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단타’ 차익을 노린 서학개미들이 적극 투자에 나섰다. 서학개미들은 최근 1년간 8568만3689달러(약 1136억원), 올해만 6462만7261달러(약 856억원) 규모의 BBBY 주식을 순매수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새드 앤딩’이었다. BBBY 주가는 지난 최근 1년간 98.03%, 올 들어서만 90.67% 하락한 끝에 지난 3일 자로 상폐 되며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
상폐된 종목에 들어간 서학개미들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업이 파산하면 남은 자산에 대한 권리는 주주가 아니라 채권자에게 우선적으로 부여된다”며 “미국 금융 당국은 물론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에 나선 JP모건 체이스까지도 주주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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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까진 아니더라도 은행권 불안을 기회로 ‘하따’에 나섰다 대규모 손실을 입는 서학개미들의 사례 역시 줄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 1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서학개미들은 미국 중소형 은행주인 팩웨스트뱅코프 주식 937만1920달러(약 12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달러 후반대였던 주가가 SVB 사태 조짐이 보였던 3월 8일부터 SVB 파산이 현실화된 10일까지 이틀 새 약 53.7%나 하락한 것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생각하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팩웨스트뱅코프 주가는 반등을 노렸던 서학개미들의 바람과 달리 4분의 1 토막(12.35→3.17달러)나며 서학개미들에게 큰 손해를 입혔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급락한 기업일지라도 미래 성장 가치를 보고 주식을 적극 매수하는 것 역시 투자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도 “개인투자자가 ‘바닥’ 가격을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가 하락하는 종목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재무상 건전한 기업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대기업이 투자에 나섰다는 이유로 해당 종목에 대해 무작정 투자에 나서기보단, 정확한 분석을 통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서학개미를 향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이 2대 주주인 의료영상기술 기업 나녹스(NANO-X IMAGING LTD)의 주가는 지난 2021년 1월만 해도 75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지속적인 내림세로 지난달 5달러대까지 주저앉은 바 있다. 그나마 최근엔 클라우드 기반의 인프라인 나녹스클라우드를 포함한 멀티소스 나녹스아크(Nanox ARC)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으며 주가가 8일 기준 16.35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5일 현재 내국인의 나녹스 주식 보관 규모는 2억3497만달러(약 3101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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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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