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사드 대통령 12년 만에 외교무대 등장…미·영 비난
카타르 "관계 정상화 안 해" 고수…'親알아사드' 러, 복귀 환영
시리아 복귀를 결정한 아랍연맹 회의 |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국제사회에서 학살자로 비난받아온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국제 무대 복귀를 두고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을 중심으로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알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려는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다만 이번 결정엔 아랍 동맹국들이 알아사드와 직접 교류해 시리아의 오랜 위기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믿는다며, 미국은 이들 동맹국과 "궁극적인 목표"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국제개발부는 여전히 "알아사드 정권과의 관계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알아사드 정권이 꾸준히 "무고한 시민을 구금·고문·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랍연맹 회원국 외교 수장들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의를 열어 시리아의 연맹 복귀를 결정했다. 22개 회원국 중 13개 국가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알아사드 대통령은 오는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12년 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
시리아 정부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시위대를 학살하는 등 강경 진압했다가 아랍연맹에서 퇴출당했다.
이후 시리아에서는 10년 넘게 내전이 이어지면서 50만 명이 숨지고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인권 단체와 시리아 난민들이 이번 결정을 절망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인권 단체인 '시리아 캠페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알아사드 정권의 아랍연맹 복귀 결정이 "시리아와 지역 전체의 정의·인권을 치명적으로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 사무총장 라일라 키키(Laila Kiki)는 "아랍연맹 회원국들은 시리아 정권의 전쟁 범죄로 인한 수만 명의 희생자를 잔인하게 배신하고, 알아사드에게 면책 특권을 줘 끔찍한 범죄를 계속 저지르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 시리아 난민도 AFP 통신에 "아랍 지도자들은 수용소에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우리를 돕는 대신, 우리의 피로 물든 범죄자·살인자의 손을 깨끗이 씻어줬다"고 비난했다.
2017년 하모리아의 버려진 학교 안에서 살고 있는 시리아 내전 난민들 |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알아사드 정권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온 카타르는 이번 연맹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부와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랍 매체 알아라비아와 AFP통신이 전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우리가 아랍의 움직임에 '장애물'이 되진 않겠지만, 시리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시리아 형제들의 열망을 실현할 정치적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아사드 정권이 "애초 연맹에서 퇴출당한 원인을 해결하고, 시리아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긍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시리아 정부군의 주요 동맹국 중 한 곳인 러시아는 시리아의 국제 무대 복귀를 누구보다 환영했다.
알아라비아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는 시리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강력히 반대하는 미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해 아랍 국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독자적 정책" 수행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로 중동 지역에 더 건강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내전으로 발생한 문제도 신속히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아랍 국가들이 시리아의 전후 복구를 위해 지원을 늘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시리아 내전 10년 맞아 대규모 시위 벌이는 시민들 |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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