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홍콩 시민들이 홍콩대에 설치돼 있던 조각상 ‘치욕의 기둥’을 사진찍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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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이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 기념일을 한 달 앞두고 홍콩에 세워졌다가 철거된 천안문 시위 추모 조각상을 압수했다.
6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보도를 보면, 홍콩 국가안전처는 전날 홍콩대 농업 연구시설에 보관돼 있던 천안문 시위 희생자 추모 조각상 ‘치욕의 기둥’을 압수했다. 국가안전처는 “국가 정권 전복 사건의 증거물 확보를 위해 영장을 발부 받아 압수했다”고 밝혔다.
치욕의 기둥은 1989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발생한 천안문 민주화 시위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덴마크 작가 옌스 갈시외트가 만든 조각상이다. 높이 8m, 무게 2t으로, 1997년부터 홍콩대에 전시돼 왔고, 2021년 말 홍콩 당국의 위협 속에 대학 당국에 의해 철거됐다. 당시 홍콩대 쪽은 성명을 내어 “조각상을 교내에 유지하면 법적인 위험이 있다는 외부 법률 자문 결과에 따른 결정”이라며 “조각상 상태가 불안정해 안전 문제도 우려되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당국의 ‘천안문 역사 지우기’는 2020년 본격화했다. 홍콩 시민들은 매년 6월 천안문 시위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집회를 열어 왔다. 홍콩 당국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도입 직전인 2020년 6월부터 추모 집회를 사실상 금지했다. 2021년 9월에는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천안문 시위 추모 집회를 주도하던 ‘애국민주운동 지원 홍콩시민연합회’(지련회)가 자진 해산했다. 또 그해 말에는 치욕의 기둥과 홍콩중문대의 ‘민주주의 여신상’, 링난대의 대형 부조 벽화 등 홍콩 3개 대학 교정에 설치됐던 천안문 시위 관련 추모 기념물이 철거됐다.
홍콩 법원은 지난해 말 천안문 시위 추모 집회를 불허한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했지만, 올해도 홍콩에서 천안문 시위 추모 집회가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모 집회 장소인 홍콩 빅토리아 파크의 절반이 유지 보수 공사를 이유로 다음 달 말까지 폐쇄되며, 나머지 공간은 친중 단체인 ‘홍콩광둥지역단체연합’이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쇼핑 행사를 열겠다고 신청해 둔 상태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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