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불허…작년 집회장소 봉쇄 이어 올해는 폐쇄
2020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 톈안먼 시위 31주년 추모 집회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가 4년 연속 '차단'될 전망이다.
4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30여년간 매년 6월 4일에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던 홍콩 빅토리아 파크 공원의 절반가량이 유지 보수 공사를 위해 6월 말까지 폐쇄된다.
또 나머지 공간에 대해서는 친중 단체인 '홍콩광둥지역단체연합'이 5월 30일부터 6월 7일까지 쇼핑 행사 개최를 신청해 놓았다.
빅토리아 파크는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던 곳이다.
1989년 6월 4일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명을 무력으로 진압했고, 수백∼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다.
반면 중국 영토 중 유일하게 홍콩에서는 2019년까지 공개적으로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기념하고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집회가 열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대표적인 상징이 됐다. 많게는 수십만명이 6월 4일 저녁 빅토리아 파크에 모여 촛불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후 상황은 급반전했다.
홍콩 당국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이유로 31년 만에 처음으로 빅토리아 파크 촛불집회를 불허했다. 그럼에도 그에 아랑곳없이 약 2만명이 모여들자 당국은 2021년에는 빅토리아 파크 집회를 불허하는 동시에 아예 전날 저녁부터 장소를 봉쇄해버렸다.
2020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 톈안먼 추모 집회 |
1990년부터 2021년까지 당국에 6월 4일 빅토리아 파크 집회를 신청한 곳은 민주 진영 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다.
하지만 중국이 2020년 6월 30일 시행한 홍콩국가보안법으로 홍콩 민주 진영 단체가 잇달아 문을 닫는 흐름 속에서 지련회도 2021년 당국의 압박에 자진 해산했다.
당국은 이어 지련회 간부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속속 구속했다. 또 당국이 불허한 2020∼2021년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민주 진영 인사들도 잡아들였다.
지련회가 해산하면서 작년에는 촛불 집회를 신청한 단체가 없었으나, 당국은 코로나19와 시민 안전을 이유로 6월 3일부터 빅토리아 파크를 봉쇄하고 시민들의 출입을 막았다.
국가보안법으로 홍콩 민주 진영이 궤멸하고 집회 자체도 허가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도 3일 현재 촛불 집회를 신청한 단체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국이 빅토리아 파크의 유지 보수 공사를 내세워 절반가량을 폐쇄한 것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일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콩 당국은 빅토리아 파크를 봉쇄한 2021∼2022년에도 6월 4일 저녁 도심 경계를 강화하며 시위의 상징인 검은 옷을 입거나 촛불을 든 이들을 단속했다.
이로 인해 홍콩의 톈안먼 촛불 집회도 꺼져갔지만, 그럼에도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서 휴대전화 불빛을 켜거나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놓으며 당국에 맞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홍콩 당국이 빅토리아 파크 집회를 막으면서 홍콩 대학들에 설치됐던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기념물들도 일제히 치워졌다.
또한 지련회의 톈안먼 추모 박물관과 톈안먼 시위 관련 자료를 모아놓은 여러 온라인 계정도 모두 폐쇄됐다.
중국 6.4 톈안먼 민주화시위 |
이런 가운데 한국 5·18기념재단은 지난 2일 올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홍콩 인권변호사 초우항텅(38) 전 지련회 부주석을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초우항텅이 홍콩 정부의 반민주·반인권적 처사에 저항하며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평가했다.
초우항텅은 2020년과 2021년 당국이 불허한 톈안먼 시위 추모 집회에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징역 22개월을 선고받았으며, 지련회의 다른 간부들과 함께 국가보안법상 국가권력 전복 혐의로도 기소됐다.
prett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