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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盧때 시작해 MB때 위안부 문제로 중단… 尹, 12년만에 한일 셔틀외교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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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셔틀 외교’ 기시다 답방으로 재개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도쿄 긴자의 한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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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을 푸는 데 총리가 앞장서라. 실무적 발상보다는 큰 차원의 정치적 결단을 기대한다.”(이명박 대통령) “우리의 입장은 알 테니 거듭 얘기하지 않겠다.”(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2011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진행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총리의 셔틀 외교 정상회담은 약 57분 동안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당시 발언의 대부분을 위안부 문제에 할애하며 노다 총리를 압박했다. 일본 측 관계자들이 적지 않게 당황했는데, 회담 후 한일 정상의 친교 일정이 절반으로 축소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어렵게 재개된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한일 정부는 2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7~8일 방한’을 동시에 발표하면서 12년 만의 셔틀 외교 복원을 알렸다. 양국 정상이 수시로 상대국을 오가며 현안에 대한 소통을 확대하자는 취지의 셔틀 외교는 정상적인 한일 협력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 등에 얽힌 양국 관계의 부침에 따라 셔틀 외교도 중단·재개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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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제주도에서 반팔 차림으로 만나 시작한 셔틀 외교는 이듬해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재개하면서 중단됐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이를 복원시켰으나 교토 회담을 끝으로 다시 중단됐다. 이후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아베 신조 총리의 신사 참배, 문재인 정부의 ‘노재팬’ 운동 등 악재가 줄을 이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하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 징용 해법 발표와 일본 방문을 계기로 다시 모멘텀을 찾은 것이다.

7일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선 북핵 대응과 경제 협력이 최우선 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한일은 지난 3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완전 정상화했는데 여기에 대한 언급과 후속 조치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 협력의 경우 최근 양측이 상호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 결정을 완료했고, 2일 인천 송도에서 한일 재무장관 회의가 7년 만에 열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일 간 재개를 추진 중인 사업이 100개가 넘는데 셔틀 외교 복원으로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3월 한일 회담 후 내각 지지율이 50%를 돌파한 기시다 총리가 방한을 계기로 과거사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했는데 일본 측은 기시다 총리가 강제 징용 피해자와 만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셔틀 외교의 첫 단추를 꿰는 답방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가슴 아픈 과거가 있지만 그걸로 한일 관계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한일 간 꾸준히 의견을 조율하되 국민 감정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관계를 엎어버리는 수준에 이르지 않도록 관리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실무 방문’을 했을 때도 기시다 총리가 이례적으로 오므라이스 노포(老鋪)에서 2차까지 하며 환대를 했다. 이 때문에 우리 외교 당국도 단시간 안에 한일 정상의 친교(親交)를 극대화하면서 셔틀 외교 복원의 의미도 살릴 수 있는 의전과 격식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가 조기 방한으로 선회한 직후 양국 실무자들이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 배우자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김건희 여사 안내로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일정도 예정돼 있다고 한다. 2015년 11월 아베 전 일본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로 방한했을 때는 한일 회담을 했지만 냉랭한 관계 때문에 공식 오찬도 열리지 않았다.

한일 셔틀 외교의 복원은 이달 19~21일 주요 7국(G7) 회의에서 정상회담이 예정된 한·미·일 협력과도 맞물려 있다. 가장 약한 고리였던 한일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면서 한·미·일 협력의 수준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당초 예상보다 방한을 앞당긴 것도 한일 간 결속을 중시하는 미국의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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