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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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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까지 여객용 고속철 운행… 중국 ‘일대일로’ 본격화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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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비엔티안 고속철 여객용 개통

코로나19로 폐쇄됐던 국경 통과

양국 “물적·인적 교류 증가” 환영

관계 강화 VS 라오스의 예속화

4월 중순부터 중국 남부 윈난성 쿤밍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는 매일 오전 8시 8분과 오전 9시 8분 각기 두 지역을 연결하는 고속열차가 출발하고 있다. 하루 한 차례 출발하는 고속열차가 1000km 남짓의 거리를 달리면 세관 통과 시간을 포함해 10시간 30분만에 두 도시는 연결된다. 쿤밍∼비엔티앤 고속철의 승객 탑승은 라오스의 새해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13일 사상 처음 이뤄졌다. 승객용 열차 운행으로 두 지역의 이동시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양국에서는 관계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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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라오스 루앙프라방이 15일 새해 연휴를 맞이한 모습. 루앙프라방=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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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개통…16개월 만에 여객용 도입

쿤밍과 비앤티안을 연결하는 철도는 2021년 12월 개통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고속철도는 개통 이후 화물용으로만 이용됐다. 중국은 국경폐쇄 등으로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대응조치를 취했다가 최근 이를 완화했다. 화물용에 이어 여객용 고속열차 운행이 가능하게 된 배경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연일 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비엔티안에서 출발한 열차는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중국의 모한·시솽반나 등을 거치며 최고 시속 160㎞로 달린다. 신화통신은 22일 자사의 사진기자들이 쿤밍~비엔티안 철도 구간을 오가며 탑승을 경험했다며 이를 여러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승객 탑승이 가능했던 첫날에 쿤밍과 비엔티안 두 역에서는 전통 무용 공연이 펼쳐졌다. 비엔티안행 열차의 중국인 승무원은 중국·라오스 철도에 대해 “마음이 따뜻해지고, 친근하며, 열린 길”이라고 밝혔다. 양국 관계 증진에 대한 기대가 묻어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양국을 오가는 고속철도에 대해 중국 남서부의 고원 지역과 인도차이나 반도 사이에서 ‘현대적인 악수’를 한 것이라는 표현도 내놓았다. 철도가 양국 국민의 마음까지 연결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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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봄꽃으로 싱그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봄의 도시’ 중국 쿤밍의 모습. 쿤밍=신화통신·연합뉴스


쿤밍∼비앤티안 요금 9만원…양국 ‘현대적 악수’

양국 관계만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철도 개통을 환영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라오스 새해 연휴를 맞이해 귀성객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주요 관광지를 통과하는 역에서 외국인 관광객도 다수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쿤밍~비앤티안 노선 요금은 우등좌석 760위안(약 14만7000원), 일반석 470위안(약 9만1000원)으로 책정됐다. 철도가 개통되기 전에는 비엔티안에서 쿤밍까지 버스로 27~28시간이 걸렸다. 여객용 열차 운행과 이동시간 단축에 따라 양국 사이에 물적교류에 이어 인적교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신화통신 등은 예상했다.

2021년 12월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화물은 1838만 t(톤)이 수송됐으며, 열차를 이용해 자국 내에서 이동한 승객은 약 1393만 명으로 집계됐다. 라오스 국내 구간만으로 한정할 경우 그동안 3000편이 넘는 여객 열차가 운영됐으며, 이용 승객은 220만 명 이상이었다. 올해는 이달 중순까지 800여편의 여객 열차가 운행돼 승객 80만 명이 이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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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라오스 국경 고속열차를 이용해 라오스 비엔티안에 도착한 관광객이 역 구내로 들어서고 있다. 비엔티안=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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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일환…봄의 도시·여유의 도시 연결

중국·라오스 철도는 지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제안한 육상·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핵심 현안이었다. 중국에서 동남아를 연결하는 첫 번째 노선이기 때문이다. 이 철도는 2015년 말부터 본격 추진돼, 6년만인 2021년 개통돼 이번에 승객들의 국경통과도 이뤄지게 됐다.

잠시 옆길로 빠져보면, 쿤밍의 한자어는 곤명(昆明)으로 윈난성(雲南省)의 성도이다. 윈난성 남쪽으로 북회귀선이 지나는 지리적 환경으로 기후가 온화해 1년 내내 꽃이 피는 ‘봄의 도시’이기도 하다. 윈난성은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다. 동남아 진출을 모색하는 중국 입장에서 쿤밍과 비엔티안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운행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깊다. 비엔티안은 라오스 남쪽에 자리했다. 비엔티안은 수도이지만, 태국과 사실상 국경을 맞대고 있는 흔치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인구는 100만 명이 채 안 된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여유를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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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관광당국 직원들이 중국 쿤밍에서 국경을 통과해 라오스 국경도시 보텐에 도착한 중국인 관광객을 환영하고 있다. 보텐=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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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대적인 환영 일색의 평가 속에 라오스에서도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국경 철도의 여객 업무 개시 이후 새해 연휴를 맞았던 라오스는 지난 14일 루앙남타주 보텐역에 도착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200여명을 크게 환영했다. 비엔티안타임스에 따르면 수아네사반 비그나켓 장관 등 문화관광부 직원들이 보텐역에 도착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환영했다.

비그나켓 장관은 “라오스·중국 철도는 양국 우호를 상징한다”며 “고속철도 덕분에 양국 국민, 특히 관광객의 이동이 자유로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양국을 잇는 고속철도가 중국인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 불러올 것이고, 경제적 수익도 창출할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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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탑승이 가능한 중국·라오스 고속열차가 17일 양국 국경을 잇는 간란바 철교 위를 달리고 있다. 보텐=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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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활성화 속에 라오스의 부담은 상존”

라오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유가와 통화가치 하락으로 경제적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오스 당국은 비엔티안과 쿤밍을 연결하는 철도의 여객 업무 개시로 많은 중국인들이 라오스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국을 오가는 철도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루앙프라방에 정차하는데, 차후 대규모 관광객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통계도 이런 기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라오스 매체에 따르면 루앙프라방을 찾는 자국 관광객들 대다수가 철도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을 찾을 때 철도를 이용한 이들은 전체 관광객의 85%에 달했다. 중국에서 루앙프라방을 찾을 경우에는 장시간이 걸리는 버스에 비해 철도를 이용하는 비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라오스 국경철도 운행이 본궤도에 오르면 국경 인근의 관광 경제의 성장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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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오른쪽)이 베이징 공산당 외교위 사무에서 살름싸이 꼼마싯 라오스 부총리 겸 외교장관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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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면만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인적·물적 교류 증대와 관광객 유입 등의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라오스 입장에서는 중국의 자본과 기술로 건설한 철도이기에 정치·경제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2021년 12월 고속철도 개통 당시 라오스의 중국 예속 측면에서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던 미국과 일본 언론 등은 이번 승객용 열차 운행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구체적인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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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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