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로 세계 1위 자리 인도에 내줘…물가 상승·수요 감소 우려
베이징에서 자녀와 함께 낚시하는 중국 부모 |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올해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로 올라설 전망인 가운데 중국의 인구 감소 충격파가 자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파급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고 소비 시장 역할을 해 온 중국의 인구 감소가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유엔인구기금 세계인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반부터 인도 인구가 중국을 따라잡아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 인구는 14억2천860만명으로 중국(14억2천570만명)보다 약 300만명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픽] 중국·인도 인구 추이 |
중국 인구는 지난해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중국 당국은 1980년대 시행한 '1자녀 정책'을 2016년 폐기했고 2021년에는 한 부부가 세 자녀까지 가질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인구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생활비와 자녀 양육비가 급증하면서 청년들의 결혼·출산 의지가 꺾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중국은 대규모 생산가능인구를 바탕으로 저렴한 노동력을 통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글로벌 경제 엔진으로 작동해왔다.
그러나 인구 절벽과 함께 고학력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공장 근로자는 부족해졌고, 인건비가 상승해 결국 중국 밖의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이는 미국과 같이 중국산 수입품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중국 인건비 상승 때문에 여러 기업은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 더 노동력이 저렴한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감소가 예상된다.
인구 감소로 중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감소하면 중국 내 매출에 크게 의존하는 애플이나 나이키와 같은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 영향은 최근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도 파급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중국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산업인데 중국 정부가 2020년 말부터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중국 부동산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로 잇달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인구가 감소하면 주택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많은 중국인에게 부동산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악영향이 우려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중국 정부가 대규모의 고령 인구를 부양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사회과학원(CASS)은 지난 2019년 중국의 주요 연금이 2035년이면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인구 위기를 역시 인구 절벽에 직면한 일본과 비교하지만, 중국은 일본과 같은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의 가구당 소득은 미국 등의 국가보다 훨씬 낮고, 많은 중국의 노년층은 은퇴 후 소득으로 국가 연금에 기대고 있다.
NYT는 중국의 인구 절벽이 1979년 산아제한 정책을 도입했을 때부터 예정돼 있었다며, 2013년 이 정책을 폐지했지만 인구 감소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진단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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