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전 SK 감독이 지난해 12월22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제6회 이만수 포수상 및 홈런상 시상식에서 포수상을 수상한 엄형찬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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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아침에 스포츠 뉴스를 보는데 ‘해외야구’란에 포수 엄형찬의 기사가 보였다. 너무 반가워 클릭해서 보았더니 엄형찬이 스프링캠프에서 활동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5분간의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랑스러운 엄형찬을 보면서 갑자기 수많은 생각들이 오버랩 되면서 지난 추억들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삼성에서 나와 미국에 있는 친구인 앤디의 도움을 받고 홀로 무작정 미국에 들어갔을 때다. 아무 준비도 없이 41살에 선진야구를 배우기 위해 들어간다는 것은 정말 모험이었다. 무모하고 바보 같은 행동이었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며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던 기억이 난다.
지난 미국 생활 10년 동안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까지 숫한 어려움과 역경들이 있었다. 그래도 내 삶에서 가장 보람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다.
이때 내 마음을 가장 많이 설레게 했던 것은,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부분이었다.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배웠다. 배움처럼 나를 흥분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없다. 지도자를 처음 시작하기 때문에 하얀 백지에 내 생각들을 하나씩 그려갔다.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하는 엄형찬도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생각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면 된다. 엄형찬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두려움보다는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씩 한다면, 머지 않아 엄형찬이 꿈꿨던 메이저리그 그라운드에서 당당하게 주전 포수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작년 제6회 이만수 포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엄형찬의 인터뷰에서도 많이 강조한 부분이 프레이밍이다. 물론 국내에서 보지 못한 훌륭한 투수들의 까다롭고 예리한 볼들을 안정되게 잡고 프레이밍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짧은 동영상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제는 엄형찬이 안정되고, 편안하게 마이너리그 투수 볼이나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볼을 잡는다는 점이다.
경기상고 시절 엄형찬과 이만수 전 SK 감독, 엄형찬의 아버지인 경기상고 엄종수 코치(왼쪽부터).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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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도 엄형찬에게 당부한 것이 있다. 가장 먼저 팀의 투수들의 장점과 단점을 다 파악해서 기록해야 한다. 연습할 때 불펜에서 공만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투수볼에 집중하면 어떤 폼에서 어떤 볼을 던지는지 잘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포수는 볼만 받아주는 자리가 아니다. 좀 더 포괄적으로 여러 방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야구가 끝날 때까지 하는 것이다. 아직 어리다. 만들어야 할 것들이 많다. 연습하고 노력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야구 본고장인 메이저리그에서 공격적인 볼배합을 잘 배우기를 바란다. 도망가거나 수싸움을 하기보다 투수의 장점을 파악한 공격적인 볼배합으로 한층 박력 넘치고 스피디한 경기를 이끌어가는 포수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하고 바란다.
나도 오랫동안 프로생활을 했지만 아마에서 프로에 들어왔다고 해서 모든 선수들이 일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 지금부터 캔자스시티의 수많은 경쟁자들과 겨뤄야 한다. 지금도 여전히 모든 것들이 낯설고 어려울 것이다. 대신 힘든 만큼 보람도, 보상도 크다는 것을 명심하고 달려가기를 당부한다.
야구는 상대방과 싸움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결국은 자신과 싸움이다. 몇 년 후 메이저리그에 엄형찬 이라는 이름이 크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엄형찬은 공부하고 노력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당부한 이야기들을 잘 이행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야구인으로서 앞으로 훌륭한 선수가 되면 타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선수가 되리라 나는 확신한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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