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하반기 물가 불확실성 커”
시장-한은 하반기 경기둔화 인식 ‘괴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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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아직 금리 인하를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항상 물가를 먼저 본다”고도 했다. 경기 둔화, 금융 불안 우려가 확산하면서 시장에서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자, 한은이 시장의 인식에 “과도하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 이후 시장에선 연내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과 그럼에도 여전히 연내 인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가 (한은) 중장기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 인하 논의를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가가 조만간 3%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국제유가의 흐름과 공공요금 인상 시기 및 인상폭 등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한은 판단이다. 금통위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중 3.5%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봤지만,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3.0%)를 다소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상반기 물가 경로는 확신이 있는데 하반기 불확실성이 많아서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금통위원들의 견해를 말씀드리면 금리 인하를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며, 물가 불안 요인이나 이런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물가가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도는 만큼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총재가 밝힌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간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보면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명의 위원만 3.5%에서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해야 한다고 봤다.
시장과 한은의 인식차는 하반기 경기 전망이 엇갈리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는 한은 예상보다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경기 불확실성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보기술(IT) 경기가 우리 성장률을 굉장히 낮추고 있는데, IT를 제외한 다른 성장률은 견고한 편”이라며 “IT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늦게 회복되더라도 다른 부분 성장이 유지되면 그것이 금리로 대응할 상황인지는 시장도 판단을 잘하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환율상승 등 외환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금리를 통해 반응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단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금리뿐 아니라 여러 다른 정책을 통해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물가를 잡는게 여전히 우선과제이기 때문에 혹시 금융불안이 나타나더라도 다른 조치를 통해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무역수지도 환율 결정의 중요요인이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긴축이 지속될 지 아닐 지도 환율에 크게 미치는 영향이 있어 한 방향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큰 변동성에는 대처 방안이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어조로 시장의 연내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은 강력하게 기준금리 인상 종료 후 인하 기대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며 “, 현재의 물가 및 경기 전망 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기준금리 인하는 연내 이뤄질 가능성은 작고, 내년 1분기 중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한은이 하반기부터는 인하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연내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은이 8월부터 금리인하를 단행하거나 인하 시기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물가가 한은의 전망 경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경기하방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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