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전두환, 돈 [그래픽=김다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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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임세진)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 고발 사건을 한달 가까이 집중 검토하고 있다. 앞서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달 20일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냈다. 검찰은 동시에 전 전 대통령의 손자 우원씨, 며느리 최모씨가 폭로한 내용도 살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기도 오산시 임야 3필지에 대한 법원 판결 이후에 추가로 진행할 징수 절차가 현재로선 없는 상태"라며 "고발, 폭로 등에서 새롭게 징수에 나설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날 현재까지 전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추징금은 922억원이다.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대법원은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내라고 확정판결했다. 이후 국가는 1282억2000만원을 환수했고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나온 오산시 임야 3필지에 대한 공매대금 배분 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55억원을 더 환수할 수 있다.
소송은 전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오산시 임야를 위탁받은 교보자산신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오산시 임야 3필지에 대해 공매대금을 배분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했다. 검찰은 2013년 전 전 대통령의 추징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오산시 임야 5필지를 압류했다. 이후 임야는 2017년 공매에 넘겨져 추징금 몫으로 75억6000만원이 배분됐다. 5필지 중 2필지는 대법원이 지난해 7월 검찰의 압류가 정당하다고 판결해 20억5200만원으로 국가에 귀속됐고, 3필지만 남아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뾰족한 수를 찾지 않는 한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에 대한 추가 환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그 절차를 중단하도록 돼 있고, 상속재산을 대상으로 징수할 수는 없도록 해 놔서다. 대법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 압류 처분 행정소송 판결 때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추징을 집행할 수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전두환 자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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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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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씨와 최씨의 폭로가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전씨와 최씨는 막대한 불법자금을 조성해 은닉한 뒤 이를 통해 가족들이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는 내용을 대중에 고백했지만, 이는 대부분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인 30년 전 일로 공소시효(5년)가 만료돼 수사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관련 증거들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결국 입법을 통한 해결을 기대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다만 역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회에는 2020년 6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두환 재산추징 3법'이 계류 중이다.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에도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법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입법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3일 라자 쿠마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의장을 만나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을 논의했다. 범죄자의 사망 등으로 재판 진행이 불가한 사건 또는 최종 유죄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FATF에 가입한 국가 중 미국, 독일, 호주 등이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FATF는 가입국 의무사항에 독립몰수제를 포함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법조계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독립몰수제를 통해 범죄이익 환수,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보다 빨라질 수 있어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일각에선 몰수 자체가 형벌인데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몰수를 먼저 결정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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