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제력을 활용해 주요 국가·지역에 위압이나 압력 행위를 할 경우 주요 7개국(G7)이 함께 대응하자고 미국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 방안으로는 위압 행위가 있을 때 대(對)중국 관세를 공동 인상하는 조치 등이 거론된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은 G7 회원국에 뜻을 같이하는 국가·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위압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실무급 협의를 요청했다. 특히 이 문제를 올해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상정하자고 요청하고, 의장국 일본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거대한 경제력을 외교 카드로 이용하는 움직임을 강화해왔다. 중국은 2010년 중·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어선 출동 사고가 발생해 양국 관계가 나빠지자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또 호주 정부가 2018년 미국과 보조를 맞춰 5세대(5G) 통신망 사업에서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자 중국은 호주산 석탄과 와인, 소고기, 보리 등 10여 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이미 법 정비를 통해 중국의 경제적 위압 행위에 대한 대처로 관세 인상 등을 검토 중인데, 이런 방안들에서 G7 회원국이 보조를 맞춰줄 수 있도록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초당파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에서는 중국이 특정한 국가에 자국의 뜻을 관철하려고 경제적 위압을 가하는 경우 미국 대통령에게 여러 조치를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 같은 권한에는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에 더해 경제 압력을 받은 국가에 대한 자금이나 금융 지원도 포함된다. 또 중국의 제재로 본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미국이 대상국에 관세를 인하해 수입량을 늘릴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도 협력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위압에 대한 대응에서 G7 등과 발을 맞추려는 것은 다자간 협력이 보다 효과가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많아 한 나라는 굴복하기 쉽지만, 반대로 각국이 협력하면 중국도 압력을 가하기 어렵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대응 방안을 사전에 공표해 중국이 경제적 위압 실행을 단념하도록 하려는 노림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등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반도체 장비 등이 그 예다. 일본 정부가 7월부터 첨단 반도체 장비 등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해 중국 수출이 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수출규제에 보조를 맞추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에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해 왔으며, 네덜란드는 이달 초순 반도체 기술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G7이 경제·안보 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북극해 관측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5월 G7 과학기술장관회의 공동성명에 이를 명기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 북극해에서 항로 개척이나 자원 개발을 진행하는 러시아·중국에 대항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