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코트 벗어 묘비 닦았다…방명록엔 조모 이순자 우회비판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명열사 묘비의 먼지를 옷으로 닦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5·18 유가족들과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죄드립니다.”

31일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27) 씨가 이같이 밝히고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으로 희생자의 묘비를 닦아냈다.

옷이 상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 입을 굳게 다문 채 묘비를 힘주어 닦아내는 표정에서 우원 씨의 사죄하는 마음이 느껴져 보는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우원 씨는 5·18 최초 사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의 묘역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4학년 희생자인 고(故) 전재수 군, 시신조차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와 이름 없는 무명열사 묘역까지 차례로 참배했다.

참배를 안내한 김범태 5·18 민주묘지관리소장이 묘지마다 사망 경위 등을 짤막하게 설명해줬다.

이에 그는 한 곳도 빠짐없이 무릎을 꿇고 묘비와 영정 사진을 옷으로 닦아줬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유가족인 김길자 씨를 위로하고 있다.[연합]

유가족과 시민들은 전두환의 후손이 묘비를 닦아내는 모습에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듯 흐느꼈다.

전 씨는 이날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적었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작성한 방명록. [연합]

이는 조모인 이순자씨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 출석을 앞두고 "남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두둔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고등학생 시민군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아들의 묘역 앞으로 우원 씨를 안내했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

김 여사는 “여기 있는 우리 아들을 너희 할아버지가 죽였다,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다”며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여사는 참배를 모두 마친 우원씨에게 “여기까지 오는 데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냐”며 “앞으로 계속 묘역에 와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달라”고 부탁했다.

참배를 마친 우원 씨는 “저 같은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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