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틸리, 틸리카이넨 등 외국인 감독의 '우승 행진 저지' 의지
팀 득점에 기뻐하는 최태웅 감독 |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아쉽게 패한 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쇳소리'가 날 정도로 쉰 목으로 "국내 지도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평소보다 과격했던 동작과 항의도 '자존심'이 만든 예민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역전패했다.
최 감독이 "우리가 이기는 줄 알았다"고 털어놓을 만큼 현대캐피탈의 초반 기세는 좋았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벌이며 체력을 소진한 현대캐피탈은 승부처에서 챔프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에 밀렸다.
최태웅 감독은 "오늘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 그런데 경기 후반에는 확실히 지친 기색이 보였다"고 했다.
이날 최 감독은 심판에게 다소 과격하게 항의해 2세트에서 경고를 받았다. 2세트가 끝난 뒤, 대한항공 코치진과 가벼운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최 감독은 "더블 콘택트, 캐치볼 판정은 심판의 영역이다. 하지만, 내가 국제대회에서 봤던 것보다 오늘 경기는 기준이 느슨했다. 상대가 더블 콘택트 또는 캐치볼 범실을 한 상황을 그냥 넘기는 듯 해서 항의했다"며 "심판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V리그를 보고 꿈을 키우는 어린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범실의 기준을 더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항의의 이유'를 설명했다.
허수봉 '3명도 문제없어' |
그러나 최 감독이 평소보다 예민했던 이유는 더 있었다.
V리그 남자부는 두 시즌 연속 '외국인 사령탑의 헹가래'로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2020-2021시즌 대한항공을 이끌고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고, 핀란드에서 온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대한항공 지휘봉을 이어받아 2021-2022시즌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독식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도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이 1위로 마무리했다.
최태웅 감독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우리는 세대교체를 했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이번 시즌 대한항공과 경쟁하다 보니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며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듯이, 한국프로배구에는 한국의 태양이 떴으면 좋겠다. 국내 감독들이 심기일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 더 예민해졌다"고 했다.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의 우승만 바라보던 최 감독에게 '국내 지도자의 자존심'은 또 다른 동기가 됐다.
최 감독은 "우리 팀 젊은 선수들이 즐기는 모습을 봤다. 긴장하지 않는 선수들 덕에 다음 경기를 더 기대한다"고 2차전 승리 의지를 다졌다.
선수들 격려하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
두 시즌 연속 대한항공을 이끌고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는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날 경기 뒤에도 차분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상대의 출발이 워낙 좋아서 고전했다. 그래도 기회를 살렸고, 우리의 투지를 보여줬다"며 "이젠 2차전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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