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씨 행보에 조심스러운 반응
일가 전체 면죄부·진정성 등 우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0일 낮 광주 서구 쌍촌동 거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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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단체가 “사죄를 하겠다”며 광주를 찾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의 행보를 두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씨의 사죄는 돕겠지만 그를 환영한다거나 ‘전씨 일가를 대표한 사죄’ 등으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씨는 31일 오전 5·18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5·18민주묘지 참배 등 공식 일정에 나선다. 5·18기념재단과 공법단체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그의 요청에 따라 사죄 일정을 돕기로 했다.
전씨의 광주행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이가 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는 이날 통화에서 “왜곡되지 않은 순수한 젊은이(우원씨)의 용감한 언행과 행동은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며 “그의 발자취가 마약 같은 것에 묻혀가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태삼씨를 비롯한 5·18부상자회·공로자회 일부 회원들은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 30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온 그를 향해 “광주행을 격하게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5·18단체는 전태삼씨와 5·18부상자회·공로자회 일부 회원들이 전날 보인 행보에 대해서는 단체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은 “환영하지 않더라도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겠다는데 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다만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도 “손자 전씨에 대해 환영한다고 하면 ‘엎드려 절받기식 사과가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사과를 하러 온 사람의 말을 듣고 진정성을 확인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의 행보가 자칫 전씨 일가 전체에 대한 면죄부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전씨 손자 중에 이런 용기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버젓이 살아있는 이순자씨와 장남 전재국씨 등은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고 있는데 손자의 독단적 행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 입장에서 그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돼 격려하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도울 뿐이지, 그를 영웅시하던가 용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행보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5·18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는 “마약 투약을 인정한 손자 전씨의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행위와 발언에 5·18단체와 시민 전체가 놀아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그가 부디 진정 어린 사죄를 하고 그 마음이 전씨 일가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자 전씨는 미국 뉴욕에 체류하던 지난 13일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하며 5·18에 대해 사죄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8일 입국 직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그는 29일 오후 7시55분쯤 석방돼 곧바로 광주를 찾았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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