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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리뷰] '리바운드'의 또다른 이름 '기회'...그들이 농구에 미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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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스포츠W

사진: 바른손 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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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재훈 기자] 전국 고교 농구대회에서 부산중앙고를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MVP)에까지 선정됐던 선수였지만 이후 농구를 접고 모교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던 중 '양현'(안재홍 분)이 해체 위기에 놓여있던 모교 부산중앙고 농구팀의 '구색 맞추기용 코치'로 선임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한때 전국 무대를 주름잡았지만 현재는 동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위해 해체가 아닌 모양새만 유지하는 농구부를 그럭저럭 유지만 시키는 것이 양현에게 주어진 과제다.

느닷없이 모교 농구팀의 코치가 됐지만 양현은 자신에게 코치 자리를 밑긴 학교 측의 '기대'와는 달리 부산 지역 중학교는 물론 길거리 농구를 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까지 찾아다니며 선수를 끌어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결과 현재는 슬럼프에 빠져 있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가드 '기범'(이신영)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분), 축구선수 출신으로 발군의 점프력을 자랑하는 ‘순규’(김택 분), 정식 농구가 아닌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 분), 자신이 농구에 입문 시킨 인연이 있는 신장 2m2의 중학 최장신센터 '준영' 등을 영입해 팀을 꾸린다.

겨우 팀을 꾸린 양현 코치는 한동안 농구판에서 잊혀진 자신의 존재를 다시 드러낼 기회라고 생각한 나머지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팀이 다시 해체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비소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농구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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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바운드'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2년 전국 고교 농구대회에서 교체 선수가 없는 최소 인원의 엔트리로 돌풍을 일으킨 부산중앙고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족구왕'에서 족구를 좋아하는 낭만 흥건한 대학 복학생 '홍만섭'으로 분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던 배우 안재홍은 이번에는 농구로 종목을 바꿔 부산중앙고 농구팀 강양현 코치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안재홍은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는 지도자이기 전에 여기저기 빈 곳이 많은 미완의 성인으로서 시행착오와 성공을 선수들과 함께 하는 강양현 코치의 '형님 리더십'을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연기로 풀어냈다.

실제 인물인 강양현 코치로 분한 만큼 안재홍은 강 코치와 높은 싱크로율을 위해 과감하게 10㎏ 증량했고, 강 코치를 만나 부산 사투리를 따라 배웠다. 안재홍도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사았기 때문에 부산 사투리를 따로 배울 필요는 없었지만, 실제 강 코치 특유의 언어 습관과 버릇을 익혔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인 만큼 장항준 감독은 당시 인물은 물론 훈련 모습과 경기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선수 역을 맡길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약 500명의 배우들을 놓고 프로농구 드래프트를 방불케 하는 오디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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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부산중앙고 농구부 선수들로 캐스팅 된 6명의 배우는 촬영 두 달 전부터 농구 연습을 하며 연기와 농구의 합을 맞췄다.

연예계에서 농구 실력으로는 최고로 꼽히는 그룹 2AM 출신의 가수 겸 배우 정진운은 작품 속에서 고질적인 발목부상에도 뛰어난 농구 실력을 지닌 '규혁'을 재현하기 위해 실제 인물 규혁이 경기 때 사용했던 손목 밴드나 신발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전 가드 '기범'을 연기한 배우 이신영은 이 작품에 출연하며 농구를 처음 배운 케이스로 단기간에 농구 실력을 키우고자 두 달 동안 매일 아침과 밤에 농구 연습을 하고, 일지를 써서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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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휘문고 농구부 출신인 배우 김택은 2012년 당시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경기 영상을 보며 선수들의 행동과 습관을 연구했다.

이런 노력들이 어우러진 결과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배우들의 농구 경기 장면은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서 보여졌던 어색함과 엉성함과는 차원이 다른 세련된 농구 경기 장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극중 선수들의 공격 패턴을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기 위해 느리게 처리한 장면들은 어딘지 모르게 비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농구 영화로서 이런저런 엉성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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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촉발시킨 '농놀 신드롬'의 여세를 계속 이어가며 대학농구가 촉발시켰던 1990년대 농구 인기와는 다른 결의 농구 인기몰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기범을 비롯한 당시 부산중앙고 주축 선수들이 이후 국내 프로농구 팀에 선발되어 지금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극중 이들과 대회에서 맞붙었던 프로농구 스타 플레이어들의 이름(천기범, 허웅, 허훈, 강상재 등)과 플레이를 듣고 보는 것으로 농구팬인 관객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와 재미가 될 것이다.

특히 농구를 잘 알았거나 몰랐던 관객 모두에게 영화의 제목인 '리바운드'가 주는 메시지가 진한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스포츠를 흔히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영화 '리바운드'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하는 영화다.

웃기면서 슬프고 처절하면서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끊길 듯 이어지는 가운데 실화가 주는 힘이 더해져 묵직한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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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에서 리바운드는 '더티 워크(Dirty work)', 다시 말하면 '궂은 일'로 통한다. 골밑에서 상대 팀 선수와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고 림을 맞고 튕겨져 나온 공을 잡아내야 하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플레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수비를 하다 잡아낸 리바운드는 우리 팀에 새로운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공격을 하다 잡아낸 리바운드는 우리 팀에게 자칫 실패로 끝날 뻔한 공격 기회를 한 번 더 제공한다.

이런 이유로 리바운드라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플레이를 상대팀보다 잘 해내는 팀은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리바운드를 상대 팀보다 많이 잡아낸다는 의미는 결국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공격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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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바운드'는 농구에서의 리바운드의 의미를 우리네 인생으로 확장시켜 지금 좋아하고 가슴 뛰는 일을 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열정을 불사르는 것이 우리가 삶 속에서 걷어올릴 수 있는 리바운드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일주일 내내 경기를 치러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전국 최강팀을 상대로 나선 결승전에서 16점을 리드 당한 가운데 후반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코치 양현이 던지는 "농구는 오늘 끝나지만 우리 인생은 계속된다"는 격려와 결승전 후반전을 위해 코트로 향하는 어린 선수들을 배경으로 흐르는 '펀(FUN)'의 '위 아 영(We are young)'은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OST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찰떡'이다.

"오늘 밤 우린 젊어. 그러니 이 세상에 불을 지르자. 우린 태양보다 더 붉게 태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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