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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인생 2라운드도 줄버디 쇼 ‘리치언니’ 박세리 꿈은 오늘도 ING ①[SS인터뷰](+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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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R&D센터 설립 통해 세리파크 건립 목표
선수의 목표에 부모의 꿈 개입되는 순간 실패
세리키즈 덕분에 얻은 개척자 지위 보답해야
LPGA투어서 ‘한국 시스템’ 질문 받으면 민망
놀며 즐기듯 꿈 실현할 기회 주는 게 내 소임

스포츠서울

박세리 감독이 스포츠서울과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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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꿈에 관한 얘기다. 누가봐도 성공한 삶.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연소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자 한국인 최다승(25승) 보유자. 인기 인플루언서이자 방송인이면서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해설위원으로, 기업 CEO로 인생 2라운드에서도 버디쇼를 펼치고 있는 박세리(46) 감독의 꿈 얘기다.

봄을 재촉하는 벚꽃이 팝콘처럼 터지던 3월 말. 박세리 대표이사를 바즈인터내셔널에서 만났다. ‘리치언니’로 불리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인간’ 박세리는 여전히 꿈을 꾼다. 현역 때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이라는 샷을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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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제 박세리가 스포츠서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꽃선물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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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언니’가 되기 전 박세리는 ‘개척자’로 불렸다. 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개척자라는 별칭은 후배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LPG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선정한 ‘세계 여성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한 36인’에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선정되는 등 업적을 크게 인정받은 게 후배들 덕분이라는 얘기다.

그는 “후배들이 LPGA투어에서 지금처럼 꾸준히 성적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내 별명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나를 시발점으로 많은 후배가 골프선수라는 꿈을 꾸고, LPGA투어에 도전하고, 한국 골프가 빠르게 발전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 길을 잘 따라준 후배들이 계속 나온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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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에서 LPGA투어 역대 두 번째로 신인으로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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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 L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그 유명한 ‘맨발 샷’으로 우승을 차지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는 박세리.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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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열었는데 아무도 따르지 않으면, 그 길은 이내 사라진다. 박세리라는 이름이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된 것이 그가 열어둔 길을 따르는 제2, 제3의 박세리 덕분이라는 얘기다.

박세리는 “선배로서, 은퇴 후에도 더 많은 후배가 세계무대에서 좋은 기량을 뽐낼 방법을 찾아줘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정말 많이했다”고 밝혔다. 꿈을 좇는 ‘리치한 인생’을 설계하고, 실천으로 옮긴 동력 또한 고난의 길을 따라걷는 후배들을 위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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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조선 ‘더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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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결심할 무렵에는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었지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도움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고 보면 그가 출연한 ‘박세리의 내일은 영웅’이나 ‘더퀸즈’ 같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은 선수들의 재능을 들여다보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빼어난 재능을 가진 유망주들이 즐기듯 꿈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는 ‘선배 박세리’의 삶을 본격화한 셈이다.

수많은 ‘세리키즈’가 지금도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쉼없이 클럽을 휘두르고 있다. 박세리는 “아이들이 남이 아닌 내 꿈을 위해 운동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골프 자체로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꿔야 하는데,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훈련하는 순간 스트레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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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LPGA투어에서 성공시대를 연 뒤 어머니 김정숙씨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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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선수에게는 부담감이 아닌 꿈을 만들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더 많은 유망주가 꿈을 꾼다는 게 박세리의 생각이다. 좋아하면,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집념이 생긴다. 그는 “부모의 꿈에 지친 후배들을 너무 많이 봤다. 지금도 자녀에게 운동시킬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아이가 즐겁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열어주되 엘리트 선수의 길로 접어드는 건 신중히 생각하셔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헌신한 부모의 노력을 알기 때문에 선수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운동은 오롯이 아이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즐겨야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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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인비와 포옹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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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며 재능을 꽃피우고, 이를 발판삼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처럼 스포츠나 운동선수를 등한시하는 사회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가끔 등장하는 천재들에 열광하고, 이들이 소모품처럼 사라지면 열기가 식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1990년대에는 환경이 더 열악했다. 박세리는 “현역 때 미국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얘기가 ‘한국은 어떤 시스템을 갖추었길래 (골프를) 유독 잘하느냐’였다. ‘나라도 작고, 골프 역사도 짧은데 잘하는 비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질문을 들었을 때 좀 민망했다. 한국은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열악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미국 무대에서 뛰고 있는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자존심도 상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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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제 박세리가 24일 스포츠서울과의 단독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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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K-팝이나 한류 붐이 일어나기 전이다. 오히려 스포츠와 문화는 변방 취급을 받을 때였다. 20대 초반의 박세리는 외국인들의 이런 시선이 불편했다.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고, 먹고, 훈련하는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 칼같이 지키며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거머쥐었는데, 한국을 얕잡아보는 듯한 시선에 화가났다. 그런데 훈련 시스템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 더 민망했다”고 돌아본 그는 “그때부터 선수들에게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주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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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제 박세리가 24일 스포츠서울과의 단독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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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달 초 용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골프 R&D 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이른바 ‘세리파크’를 건립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세리는 “외국은 집밖에 나가면 소위 앞마당에 시설이 다 갖춰져있다. 축구, 야구 뿐만 아니라 골프도 말도 안되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생활 자체가 운동과 맞닿아있으니 자연스럽게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놀이터처럼 필드에서 장난치고,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으니까 기술이나 체력적으로 발달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접근성이 좋아야하고,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R&D센터는 이런 욕구를 충족할 첫 단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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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1998년 마지막 메이저대회를 앞두고 스포츠서울을 보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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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골프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스포츠와 예술, 문화, 쇼핑 등에 교육과 체험 공간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이 또한 미국에서 얻은 경험이 모티브가 됐다. 박세리는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골프코스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환영해주고 연습장부터 코스까지 완벽히 구비돼 있는 환경에 놀랐다. 코스에서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길을 경험할 수 있다. 대회를 가정해 나름대로 상황을 설정해놓고 이런저런 샷을 하니, 지루하지 않게 실전훈련할 수 있다. 연습량, 집중력, 창의력 등에서 한국 선수와 비교가 안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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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R&D센터 건립 의의와 꿈을 얘기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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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R&D센터는 주니어 아카데미가 아닌, 말그대로 생활 밀착형 체육시설을 의미한다. 생활밀착형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으면, 아무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하는 셈이다.

걱정도 있다.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기억이 있어서다. 꿈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또한번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시간을 현명하게 쪼개서 훈련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충분한 훈련으로 체력을 키우면, 그에 못지않게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한데, 나는 그걸 못했다”던 그는 지인에게 끌려간 낚시터에서 ‘내가 정말 부족한 사람이었구나’를 깨달은 뒤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그는 “셀프 칭찬이 슬럼프를 극복한 힘이 됐다. 이전에는 잘할수록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렸고, 자고 먹고 쉬는 시간까지 초단위로 나눠 살았다. 정신이 지쳤는데 외면한 대가를 크게 치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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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왼쪽)가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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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꿈을 좇으면서도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가 ‘리치 언니’라는 별칭을 반기는 것도 물질적 풍요로움이 아닌 삶 자체를 풍요롭게 즐기자는 인생철학을 투영한 듯해서다. 박세리는 “또 한 번 번아웃에 빠질 수도 있지만, 한번 경험했으니,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신호가 오면, 나한테 시간을 좀 줄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세상에 나쁜 경험은 절대 없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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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제 박세리가 24일 스포츠서울과의 단독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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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사람은 아름답다. 매일 열심히, 부지런히,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청춘이다. 벚꽃처럼 화사한 미소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귀를 가진 박세리는 이미 좋은 사람이자 존경받는 선배다.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꿈을 좇는 ‘리치언니’는 인생이라는 필드 위를 한걸음 한걸음 걷고 있다. 그가 꿈에 닿으면 ‘인생 명예의 전당’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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