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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얼룩말 세로, 생포 뒤 이틀은 삐져있었다” 사육사가 전한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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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옆 칸 캥거루를 툭툭 치고 있는 세로. /서울시설공단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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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으로 탈출 소동을 벌인 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세로’가 다시 안정적인 생활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대공원 허호정 사육사는 “현재 먹는 거나 체력을 올리는 부분에서 회복을 거의 다 한 상태”라며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울타리 보강을 하고 있다”고 했다.

허 사육사는 28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세로의 현재 상태에 대해 “지금은 그냥 너무 천진난만하게 ‘왜 문 안 열어줘, 나 나가야지’ 표정으로 얘기하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포 후 이틀간은 먹이도 잘 먹지 않고 ‘삐져’ 있었지만, 현재는 당근, 고구마, 사과, 치커리, 배추 등을 모두 골고루 먹으면서 회복을 거의 다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세로는 지난 23일 2시40분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우리 주변에 설치된 나무 데크를 부수고 탈출했다. 이후 인근 도로를 지나 주택가를 돌아다니다가 3시간30분 만에 생포됐다. 세로는 이 동물원의 유일한 얼룩말이다. 2019년 태어난 새로는 아직 성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21년 어미와 2022년 아빠 말이 잇따라 떠난 뒤 홀로 지내고 있다. 이에 어린이대공원 측은 내년쯤 인근 동물원과의 협의를 통해 새로운 암컷 얼룩말을 데려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사육사는 세로가 의도적으로 탈출을 모의한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 놀라서 우발적으로 울타리를 벗어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로는 사고를 치거나 뭘 부시는 등 돌발행동을 하는 난폭한 아이가 아니다. 정말 순하고 착하고 여리고 귀여운 소년”이라며 “청각 등 감각기관이 예민해 순간 뭔가에 팍 놀라서 울타리에 부딪히면서 탈출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로가 일부러 나쁜 마음을 먹고 탈출했다는 오해는 안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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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도로를 뛰어가고 있는 얼룩말 세로. /독자 제공


허 사육사는 평소 세로가 매우 온순하고 착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로는 사육사가 사과나 당근을 손으로 줄 때, 손을 덥석 물지 않고 끝으로만 살짝 먹을 정도로 착한 아기”라며 “이번 생포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뒤돌아서서 더 도망갈 수 있었을 텐데, 같이 기다려주고 진정해줬다”고 했다.

세로는 현재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바로 옆 우리에 있는 캥거루에 계속 장난을 치고, 사육사들의 말도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허 사육사는 “세로가 옆 칸의 캥거루에게 쉬지 않고 놀자며 장난을 친다. 이건 공격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놀자, 놀자’하는 것”이라며 “어떨 때는 놀자고 ‘앙’ (무는데) 세로 체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캥거루한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육사에게도 계속 장난치려고 한다. 청소하고 있으면 달려오고, ‘오지 마, 뛰면 안 돼’라고 진정시켜도 쉼 없이 장난치려고 하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로가 사람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을 두고 단순히 ‘반항한다’는 식의 의인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곰 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최태규 수의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야생동물인 얼룩말이 사람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동물원에 사는) 야생동물들은 인위적 훈련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을 학습해야 한다. 그런데 반항한다는 얘기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로 탈출 소동은) 얼룩말과 사람의 안전이 큰 위험에 처했던 사건”이라며 “50년이나 된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부술 정도의 울타리를 방치했다는 게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이어 “암컷 얼룩말을 데려오는 것은 탈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얼룩말은 무리생활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맺을 대상이 꼭 필요하지만, 이 종의 사회적 구성은 암수 한 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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