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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슈퍼 히어로 한동훈'? 그를 때릴수록 與 '딜레마'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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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때릴수록 커진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탄핵하면 한 장관은 셀럽을 넘어 히어로가 된다?

여권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정치 행보 가능성을 언급하며 설왕설래하고 있다. 냉정하게 한동훈 장관의 경쟁력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3월 11일~13일까지 3일간 전국 성인 유권자 1020명을 대상으로 조사(무선자동응답조사 100%, 응답률 1.29%,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 차기 지도자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이재명 대표가 37.3%, 한동훈 장관이 16.4%, 홍준표 대구시장이 7.2%를 기록했다. '기타 다른 후보', '지지 후보 없음',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합하면 총 13%였다. 이는 '무당층' 비율로 볼 수 있다. 

세부 지표를 보면 흥미롭다. 중도층·스윙보터 지역으로 분류되는 서울과 경기도를 보면, 서울 지역에서 한동훈 장관은 17.6%를, 경기도 지역에서는 18.2%를 기록했다. 이재명 대표는 서울에서 32.3%, 경기도에서 42.1%를 기록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서도 한동훈 장관은 20.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재명 대표는 26.2%였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한동훈 장관은 15.3%, 이재명 대표는 39.4%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선거 철이 되면 TK와 PK는 보수 결집 현상이 나타난다. 지금은 홍준표, 유승민, 오세훈 등 국민의힘 후보군이 분산돼 있지만, 보수 후보가 결정될 경우 선거 때는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의미한 지표로 볼 수 없다.

다만 서울·경기는 얘기가 다르다. 중도층이 두텁고 다른 지역에 비해 '정당 지지' 구도보다 '인물'을 상대적으로 더 보는 경향이 있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여론조사상 나타나는 수치만 놓고 봤을 때, 한 장관의 '중도 확장성'이나 '인물론'은 모두 지금 여권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특히 헌법재판소에 불복하는 듯한 심경을 그대로 내비치는 한 장관 특유의 거침없는 스타일은 '야당 정치인'이라면 모를까 '여당 정치인'으로서는 중도층에 소구력을 갖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 장관에 대한 이른바 'MZ 세대'의 지지율은 어떨까. 같은 조사 20대 지지율에서 한 장관은 12.7%로 연령 평균 지지율보다 낮았다. 이재명 대표는 42.4%였다. 30대 지지율은 13.4%로 역시 평균 지지율보다 낮았다. 이재명 대표는 35.4%였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한 장관은 73년생으로 X세대의 선두 주자라고 볼 수 있다"며 "그분이 나와서 기존의 586, 소위 운동권 세력 세대들을 물리치는, 그래서 새로운 세대가 부상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의 수도권 선대본부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가능하다. 지금 굉장히 인기가 있는 일종의 셀럽(유명인)이 돼 있기에 등판하면 자리를 맡느냐 마느냐를 떠나 수도권 선거를 견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수치는 박 의원의 기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프레시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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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한 장관을 비판할 수록 한 장관의 존재감이 커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존재감'이 커지는 것과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민주당의 경우 이낙연 전 대표가 문재인 정부 초기 국무총리로 국회에 출석, 국민의힘 의원들의 논리를 판판이 깨며 화제를 모을 때 이 전 대표도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상위권에 랭크됐었다. 그러나 이건 정권 출범 초, '문재인=이낙연'의 공식이 성립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교하자면 한동훈 장관은 지금 여권에서 과거 '이낙연 포지션'을 점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선 한 장관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장관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나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윤석열=한동훈' 등식을 깨기 어렵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으면 한 장관도 경쟁력을 선보일 수 없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존재감을 키웠던 것은 당시 권력을 가진 '여권'의 집요한 공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장관은 '권력자'가 아니라 '야당'과 싸우며 체급을 키우고 있다. 야당과 싸우는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야당과 싸우는 이낙연 총리'의 '국민의힘 버전'을 벗어나기 어렵다. 한 장관을 '때릴 수록 커지'게 만드는 것은 스피커의 역할일 뿐이지, 선거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 설사 차별화에 나선다 하더라도 이준석 전 대표나 안철수 의원 처럼 용산의 견제망에 포획돼 지금 그들이 가고 있는 길을 한 장관이 걷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한 장관을 두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은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도 '친윤'계다. 같은 '친윤' 중에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유상범 의원 같은 인사도 있다. 유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제가 대통령이라면 저는 (총선 출마) 안 시키겠다"면서 "한동훈 장관이 보여주는 역량은 통상 장관이 보여주는 역량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일종에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윤석열 정부 여러 가지 정책에 아이콘 비슷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데는 굉장히 일종의 스피커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스피커'다. 이는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의 '보완재'일 뿐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2012년 총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뚫고 승리를 일궈낸 것은 철저한 '이명박과 차별화' 전략 때문이었다. 선거든, 자리든 이명박에게 빚이 없는 박근혜는 그게 가능했었다. 그리고 총선 공천권을 100% 행사했고, 이명박은 자신의 측근들이 줄줄이 공천 탈락하는 '굴욕'을 감수하고 박근혜에게 전권을 허락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 발탁돼 '윤석열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한 장관은 박근혜가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명박도 아니다.

한 장관 '총선 차출론'의 각론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한 장관이 '강남'에 출마하고 여의도 일각에서 소문으로 나도는 '검사 30명 출마설'이 현실화 돼 '쉬운 지역구'를 모조리 차지한다면 '검사 공화국' 프레임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가 나온다. '당심 100% 전당대회'나 '연포탕 아닌 윤포탕' 당직인선, '폴더인사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3.8전당대회의 후과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한동훈 장관을 둘러싼 배경이나, 개인 역량은 여전히 물음표다. 이를 타개할 방법이 있을까? 당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정치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험지출마론'이 제기된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이 27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의 '험지 출마론'을 언급한 것은 한 장관의 경쟁력, 그리고 국민의힘 대한 민심이 어떤 지 잘 보여준다. 그는 "한동훈 장관 정도 되면 당의 빚을 지는 정치인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당을 어려움에서 구해내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당연히 좋을 것"이라며 "그런데 저는 걱정하는 것이 험지에서 소구력이 있을 만한, 중도 확장력이 있을 만한 행보를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너무 지나치게 '한동훈 장관 차출론'을 띄우는 것은 김기현 대표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당심 100%' 룰로 치러진 전당대회는 막상 시약 분석 결과 '윤심 52.93% 함유'로 그 성분이 드러났다. 정작 'MZ세대와 중도 민심'을 잡을 전당대회는 '당심 100%'를 밀어붙였고, 이후 '친윤 일색 지도부'를 꾸려놓은 다음에야, 뒤늦게 MZ세대 잡기, 중도 확장 전략을 논하는 모양새다. 이는 오히려 '윤심'에 경도된 국민의힘의 '인물난'만 부각시킬 뿐이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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