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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첫 구속영장 기각된 백현동 수사…검찰 계획 수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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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지목된 김인섭 씨 측근 김모씨

법원 “현 단계에서 구속수사 필요성 부족”

신병 확보 후 수사 확대 계획 일단 틀어져

보강수사 후 영장 재청구 여부 등 검토할 듯

헤럴드경제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 로비스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사업가 김모씨(사진 가운데)가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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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객관적 증거 확보 자체는 인정받았으나 구속수사 필요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검찰로선 수사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백현동 개발사업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측근 사업가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현 단계에서 구속수사 해야 할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압수수색으로 객관적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됐을 것으로 보이는 점 ▷실거주지가 파악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씨의 신병을 확보한 후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로선 당초 계획이 일단 틀어지게 됐다. 지난 22일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대장동 수사를 일단락 지은 후 다음 날인 23일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백현동 수사 속도를 높이려 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에 대한 구속수사 여부가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이 대표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재판 위증’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2019년 2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검사 사칭’ 관련 허위사실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으로 재판받을 때 법정에 출석해 허위 진술한 혐의를 받는다.

과거 이 대표는 2002년 변호사 시절 이른바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으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KBS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했다가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은 일이 있다. 이 일과 관련해 이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PD가 사칭했고 제가 한 것이 아닌데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김 전 성남시장의 비서로 당시 실제 전화를 받은 이가 김씨였다. 김씨는 이 대표 재판에 나가 ‘고소한 측에서 이재명을 사칭 주범으로 몰아가기 위해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를 허위 진술이라고 보고 있는데, 당시 이 대표가 김씨에게 직접 연락해 증언을 부탁한 정황이 담긴 통화파일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김씨에 대한 수사 상황에 따라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 혐의가 적용될 여지도 있는 셈이다.

김씨는 2019년 2월에서 4월 사이 경기도 등에 납품을 알선한 대가로 한 통신장비 제조회사로부터 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받는데, 검찰은 이 부분이 재판 위증 대가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위증 및 이와 관련한 알선수재 혐의는 지난달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요청한 것은 ‘진실을 증언해달라’는 것이지 위증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 회의 후 “(검찰이) 또다른 신작 소설을 시작하는 모양인데 그래도 기초적인 사실은 좀 확인하고 하시는 게 좋겠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백현동 본류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인섭 씨와 공모해 2020년 9월 개발사업 인허가 알선 등 대가로 부동산 개발회사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로부터 70억원을 수수하기로 하고, 그중 35억원을 실제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백현동 의혹이 대장동 사건과 유사한 사례라고 보는데, 김인섭 씨 등이 성남시를 통해 개발사업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한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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