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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태원 참사를 보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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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2023 금호영아티스트 전

헤럴드경제

김원진, 무용한 무용, 2023 금호영아티스트 전시전경 [금호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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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150여일이 지났다. 영문도 모른채 세상을 떠난 젊은 죽음을 같은 세대의 작가들이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시가 열린다. 갑작스런 재난 상황에서 MZ아티스트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서울 삼청로 금호미술관은 3월 17일부터 4월 23일까지 ‘2023 금호영아티스트’ 전시 1부를 개최한다. 제 20회 공모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가(김원진, 이희준, 임노식, 조재, 정승호, 현승의)중 김원진, 조재, 정영호 3인의 개인전이 먼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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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Double Retina, 2023 금호영아티스트 전시 전경 [금호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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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가가 모두 이태원참사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업들을 하나 하나 보다보면 이태원의 그 밤이 떠오른다. 김원진 작가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폐기된 책, 편지, 일기 등 기록을 기억의 집합으로 보고 이를 얇게 잘라 앞뒤를 교차해 이어 붙인다. 원형은 사라지고 전혀다른 형태가 드러난다. “기억을 다시 원상태로 소환할 수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시간 속에서 파편적으로 발현되고 끊임없이 재편집되는 기억 체계의 총체적인 과정을 연상케한다.

정영호는 이태원 참사 당일 뉴스를 보고 직접 현장에 갔다. 무작정 카메라로 기록한 그곳은 혼란했다. 참사현장까지 가는 길엔 파티가 이어지고 있었고, 현실은 보도된 것 보다 훨씬 복잡했다. 현장의 기록은 필름사이즈로 인화되어 커다란 컬러사진 위에 붙였다. “사이즈가 작다고 무게감이 희석되진 않을터”라는 작가는 컬러사진은 디지털 이미지, 흑백사진은 데이터화 할 수 없는 직접 격은 감각세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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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 누락 번역, 2023 금호영아티스트 전시 전경 [금호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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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는 네트워크화 한 공간이 현실 공간을 침투하는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디지털 이미지에 주목한다. “재난을 미화 무화시키며 우리를 부주의하게 만드는 미디어의 성격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는 작가는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되었다가 소멸하고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현상을 ‘이미지 펌프질’ 이라고 명명한다. 이미지 펌프질 속에서 재난에 대한 고통과 연민, 반성마저 소비되고 희석된다. 마찬가지로 작가가 선택한 이미지도 백터화 작업을 거치며 점점 매끈하게 변형된다.

금호미술관은 매년 금호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해 왔다. 현재까지 총 20회 공모를 통해 89명의 작가들을 선정해, 개인전을 개최했다. “실험정신과 잠재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시선을 이끌어내고자 한다”는 목표처럼 젊은 작가의 등용문으로 작동해 왔다. 전시 2부는 5월 5일 시작하며, 이희준, 임노식, 현승의 3인의 작업을 선보인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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