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명분 불법 구금·고문·성범죄 등 자행…"EU, 리비아 해안경비대 지원"
유엔 리비아 인권실태 조사단의 찰로카 베야니 조사관 |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리비아 당국이 유럽 등지로 들어가기 위해 고국을 떠난 북아프리카 이주민들을 상대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으며 유럽연합(EU)도 이런 인권침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유엔이 지적했다.
유엔이 리비아 내 인권실태를 규명하기 위해 구성한 조사단의 찰로카 베야니 조사관은 27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조사단 활동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리비아 당국이 북아프리카 이주민과 리비아인 등을 상대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현지 조사와 더불어 피해자·목격자 등을 인터뷰한 내용 등을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리비아 당국이 불법 이민자 단속을 명분으로 이주민들에 대한 자의적 구금과 고문, 납치는 물론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성 이주민 등을 상대로 성폭력이나 인신매매 등의 범죄가 자행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리비아는 기근과 내전 등을 피해 고국을 떠난 북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다. 리비아에 도달한 뒤 브로커에게 비싼 값을 치르고 영세한 보트에 몸을 실은 채 지중해를 건너는 방식이다.
국제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북아프리카에서 50만명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고 시도했고, 이 가운데 8천468명이 지중해에서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주민들이 유럽행 보트에 오르더라도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단속으로 중도에 체포되거나 선박 전복 등 각종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빈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야니 조사관은 유럽 해안에 도착하는 이민자 수를 줄이기 위해 EU가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해안경비대의 단속 과정에서 이주민 밀어내기, 가로채기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리비아 해역은 이주민의 승선에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EU와 회원국들이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요점은 EU의 지원이 해안경비대의 범죄를 돕거나 방조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이 정찰 드론을 이용해 확보한 지중해 난민선 위치 정보를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넘겨 난민선의 강제 귀환을 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prayerah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