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대한항공, 英 버진애틀랜틱과 공동운항 시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한항공과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이 본격적인 공동운항(코드셰어)을 시작한다. 버진애틀랜틱은 이번 코드셰어를 기점으로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까지 여객지를 확장하게 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당국(CMA)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버진 애틀랜틱과 코드셰어를 약속하고, 히스로공항 슬롯(Slot) 7개를 넘겼다.

슬롯이란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을 의미하며, 해당 시간대 운항을 허가 받은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EU(유럽연합), 미국, 일본 당국 승인 절차가 남은 가운데,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비즈

대한항공 여객기/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버진애틀랜틱, 인천행 예매 시작... 코드셰어로 런던-일본 노선 가능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버진애틀랜틱은 지난 주말부터 인천~런던 노선 코드셰어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버진애틀랜틱 승객은 지난 25일(현지시각)부터 인천공항행 항공편을 예약할 수 있게 됐다.

버진애틀랜틱은 최근 외신 등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두 주요 항공사가 모여 서로의 사업을 홍보하면서 글로벌 항공 운송 서비스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진 애틀랜틱은 지난해 9월 대한항공이 속한 글로벌 항공사 네트워크인 ‘스카이팀’에 가입하며 소속 항공사 간 코드셰어가 가능해졌다.

보통 외국 공항에 비행을 취항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부와의 항공 회담을 통해 항공기 운항 회수를 정하고 그 회수 내에서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운수권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코드셰어를 통해 버진애틀랜틱스는 운수권 없이도 인천~런던 노선을 비행할 수 있게 됐다.

코드셰어란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은 노선에 대해 다른 항공사와 제휴를 맺고 해당 항공사 여객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즉, 대한항공이 운항하는 항공기에 버진애틀랜틱 편명을 부여해 판매하는 항공편을 말한다. 하나의 노선을 두 항공사가 나눠쓰는 것이다.

현재 버진애틀랜틱 공식 홈페이지에서 런던발 인천행 항공권을 검색하면 오는 29일 오후 7시 35분 출발해 30일 오후 4시 15분에 도착하는 직항편을 예매할 수 있다. 해당 항공권 ‘상세보기’를 클릭하면 ‘대한항공이 운항한다’고 안내됐다.

조선비즈

27일 버진 애틀랜틱 공식 홈페이지에서 런던발 인천행 항공권을 검색하면 오는 29일 오후 7시 35분 출발해 30일 오후 4시 15분에 도착하는 직항편을 예매할 수 있다. 해당 항공권 ‘상세보기’를 클릭하면 ‘대한항공이 운항한다’고 안내됐다./버진 애틀랜틱 공식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버진애틀랜틱은 대한항공과의 코드셰어로 향후 5월까지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까지 여객 확보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버진애틀랜틱은 “버진 애틀랜틱 웹사이트에서 런던에서 서울, 그리고 서울에서 일본 도쿄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버진 애틀랜틱은 이 노선을 운항하지 않지만, 새로운 코드셰어 파트너인 대한항공이 운항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英 CMA, ‘슬롯’ 양도 합병조건... LCC, 장거리 노선 ‘무리’

이번 코드셰어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CMA의 승인을 받기 위해 제출한 시정안에 포함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28일 CMA에 버진 애틀랜틱과 코드셰어를 통해 인천~런던 노선에 취항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자진 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CMA의 추가 시정 요구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히드로국제공항의 슬롯 7개 전부를 버진애틀랜틱 항공 측에 양도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코드셰어 내용이 대한항공 측에 손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사 간 코드셰어가 이뤄지면, 해당 항공편 공급 좌석을 두 회사가 나눠서 판매하게 된다. 즉, 버진애틀랜틱은 대한항공의 인천~런던 직항 항공편 항공기를 같이 쓰며 일정 부분 수익을 가져가게 된다. 버진애틀랜틱이 아시아나항공의 히스로공항 슬롯을 가져가긴 했지만, 아직 인천공항 운수권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 버진애틀랜틱은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다른 국가 노선까지 코드셰어를 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추후 대한항공 승객들도 인천발 런던행 버진애틀랜틱 항공권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며 “대한항공과 버진애틀랜틱이 한 비행기에서 공동으로 판매하면 여객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운항하지 않는 노선까지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으니 서로 이득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버진애틀랜틱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슬롯 7개를 모두 넘겨준 상태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남은 지역들에서도 국적사가 아닌 외항사에 ‘슬롯 양도’ 전략을 제시한다면, 국내 항공업계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다만, 현재 국내 지비용항공사(LCC) 중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는 에어프레미아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기재가 5대까지만 계약된 상태다. 티웨이항공 역시 최근 대형기를 들여왔으나, 유럽 지역까지 운항은 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EU는 현재 기업결합 심사를 8월까지 미룬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슬롯을 LCC 등에 넘길 수도 있지만, LCC 업계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취항할 만한 재무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대한항공 입장에서 기업결합 승인이 우선이고, 통과 이후 충분히 양사의 시너지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에 슬롯을 넘기는 결정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윤예원 기자(yewona@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