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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장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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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현지 법원의 구금 기간 최장 30일 연장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 뜻을 밝혔다. 그 이유로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자 권 대표가 수년 간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을 거부한 과거가 재조명됐다.
25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권 대표의 변호인 브란코 안젤리치는 “법원의 구금 기간 연장 결정에 대해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현지 법원은 권 대표와 측근 한모씨에 대해 구금 기간 연장을 명령했다. 몬테네그로는 피의자 구금을 최대 72시간까지만 허용하지만,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은 기간 연장을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피의자 신문을 거쳐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피의자 신문에서 권 대표 측은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은 점을 들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지만 기각했다. 재판부는 권 대표가 영어를 이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권 대표 변호인은 “의뢰인들은 모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방어권을 박탈당했다”며 “이에 따라 제기된 혐의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조차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금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며 “이 결정에 대해 정해진 기간 내에 항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테라 폭로자 “권도형, 영어로만 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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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어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영어로 대답한 내용. /MBC '스트레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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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테라폼랩스 개발에 참여했다는 강형석씨는 권 대표가 회사를 자신만의 왕국으로 만들고 왕처럼 운영했다고 폭로했다. 강씨는 지난해 6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모두 공개하고는 “권 대표는 회사에서 영어로 말하지 않으면 답을 하지 않았고, 직원들과 소통도 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또 수년 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영어로만 글을 올려왔다. 루나 사태가 벌어지고 한 달 뒤인 지난해 6월에는 트위터에 “테라폼랩스의 공식 미디어 채널에 영어로만 문의해 달라”고 공지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언어로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영어가 아니면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권 대표는 국내 언론들이 한국어로 질문하면 해당 공지를 공유하면서 “지침은 아주 명확하니 혼동하지 말라”고 영어로 대답했다. 일부 매체가 ‘우리 국민과는 한국어로 소통하는 게 의미 전달이 명확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지만 권 대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본인에게 호의적인 일부 해외 매체들과 영어로만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권 대표는 한때 루나를 글로벌 코인 시가총액 10위권에 올리며 신화를 썼으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원 이상 피해를 입혔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권 대표가 테라‧루나의 폭락 가능성을 알리지 않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4일 권씨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지만, 미국·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의 수사 대상에도 올라있어 국내 송환은 불투명하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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